정길호 ETRI 홍보실장
정길호 ETRI 홍보실장
암 진단 장비인 펫 시티(PET-CT)는 암이 발생한 정확한 위치를 찾는데 유용하다. 하지만, 방사선 피폭량에 대한 우려가 있다. 현재 암 진단을 위해서는 조영제와 같은 방사성 물질을 마시거나 주사를 한 뒤 장비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방사선 노출 없이 암 발병 위치를 찾는 의료 영상장비를 개발했다. 바로 조영제로 쓰이는 방사성 물질 대신 인체에 해가 없는 철 성분을 이용했다. 철은 12 시간내 소변으로 바로 배출된다. 이 방법은 산화철 나노 자성 입자를 조영제 대신 주입해 체내에서 암 위치를 정확하게 찾는 방법이다. 장비의 이름은 `나노 자성입자 기반 영상시스템(MPI)`이다.

지금까지 사람의 몸에서 암과 같은 종양 등 질병 발생 여부를 알기 위해선 X-ray나,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양전자단층촬영(PET) 장치 등이 활용되어왔다. X선 촬영 장비는 뼈와 근육 등 골격을 주로 촬영해 골절이나 병변 근처를 알아보는데 주로 쓰였다. MRI 또한 인체의 자기적 성질을 측정해 종양과 같은 위치를 찾아낸다. 종양을 가장 정확하게 찾아내는 장비는 PET-CT다. 연구진은 그동안 펫 시티의 단점을 극복하려 새로운 장비개발에 매진해 왔다. 그 결과 위험한 방사성 물질을 대신해 산화철 입자를 찾았다. 이를 암 주위에 주입하게 되면 표면에 코팅한 항원과 항체가 스스로 질병 발생 부위에 달라붙는다. 이때 나오는 생리학적 신호를 분석하는 원리다. 기존 방사선 기반의 장비와 달리 미세한 철 입자와 3차원 전자기장을 이용해 발병의 위치를 명확하게 찾는 것이다. 이렇듯 산화철을 이용해 의료 영상장비 개발은 세계에서 세 번째다. 전류 소모량 또한 대폭 줄여 해외 제품에 비해 1백분의 1에 불과해 냉각장치도 필요 없다. 그동안 대부분의 영상촬영장치가 냉각장치 때문에 엄청 컸다. 하지만 이젠 MPI 장비를 사용하면 부피 또한 줄일 수 있게 된다. 또 기존 장비의 경우 가격도 매우 높았는데 연구진은 기존 장비에 비해 20분의 1 정도로 저렴하게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에게 산화철 나노 입자를 주입한 뒤 이번 개발한 MPI 측정장비로 촬영했다. 그리고 X선 촬영 이미지와 결합해, 나노 입자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상용화 시점은 임상실험이나 풀어야 할 과제도 많지만 머지않아 가능해 보인다.

추가로 추가로 연구해야 할 분야가 많이 있지만 기대 또한 크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암 세포 등이 열에 취약하다는 점에 착안해 온열치료에도 본 기술을 적용해 볼 계획이다. 나노 입자를 통해 특정 주파수를 주게 되면 세포도 갑자기 뜨거워지는데 이를 응용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새로운 방식의 암치료에도 도전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진은 본 기술을 활용해 MRI를 함께 써서 암과 같이 일정한 모양이 나오면 암을 꼭 집어 찾는 기술도 국제공동 연구로 함께 진행 중이다. 이처럼 ICT를 통해 온 인류가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시대를 앞당기면 좋겠다.

정길호 ETRI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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