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왜 여든까지 갈까?

중요하고 어려운 일일수록 습관으로 만들자.

2020년 경자년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크던 작던 희망과 소망, 기대와 결심으로 새출발을 다짐한다. 특히, 절제하지 못했던 나쁜 습관을 바꾸려는 굳은 결의에 찬 사람은 새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사람으로 탄생하고자 하는 의지와 각오를 불태운다. 그러나 번번이 작심삼일에 그쳐버려 또 다시 다음날, 다음달, 다음해를 기약하곤 한다. 도대체 습관이 무엇이기에 결연하게 마음먹은 의지가 고작 삼 일도 못 가서 허사가 되는 것일까?

이번 새해부터 나쁜 습관은 과감히 버리고 좋은 습관이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유지되어지는지 제대로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습관이란 의식하지 않고 자동으로 반복해서 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같은 환경에서 별 생각 없이 하는 일상의 행동들, 예를 들어, 아침에 특정 시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고, 커피를 마시고, 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행동들이 습관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현대인이 무의식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습관은 아마도 스마트폰 들여다보기 일 것이다. 습관의 형성에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매우 중요하다. 도파민은 동기, 보상, 쾌락에 관여하는 물질로서 뇌에서 분비된다. 우리 뇌는 배가 고플 때 밥을 먹고, 목마를 때 물을 마시는 것처럼 생존이나 짝짓기와 같은 개체의 번식에 필요한 이로운 행동을 했을 때 도파민이 분비돼 만족감을 줌으로써 그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어 버린다.

습관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우리의 뇌는 평소에 하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일을 실행할 것인지 아닌지 먼저 결정한다. 하지만 일단 결정된 사항을 행동으로 옮겨 실행하면 뇌에서는 그 댓가로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기분 좋은 느낌, 즉 만족감을 준다. 이렇게 느껴진 만족감은 뇌의 아주 깊은 곳까지 전달된다. 처음에는 뇌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행동으로 느낀다 해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같은 행동을 하면 도파민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면서 이 익숙하지 않던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뇌에 새겨진다. 즉, 신호와 반복행동 그리고 보상기전의 사이클에 의해 뇌에 끊기 힘든 새로운 습관의 고리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습관이 형성되는 기전이다.

뇌가 의식하지 않아도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하도록 습관을 만드는 이유는 중요한 일을 하는데 있어 어려움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효율성에 있다고 뇌과학자들이 밝혔다. 뇌는 몸 전체 비율의 2% 정도만 차지하지만 몸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소비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습관에 의해 만들어진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거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바로 행동하게 한다. 뇌는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구별하지 않고 습관 형성 그 자체를 가장 우선적이고 또한 생존에 필수적인 전략이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반복적인 일들을 뇌는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도 없이 빨리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랍기도 하고 생각없이 짬이 나면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일삼는 나의 일상도 반성해 본다.

뇌는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그것을 습관으로 만드는데 매우 능숙한 기관이다. 우리가 알고 하든지 모르고 했든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으로 굳어버린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한번 습관이 자리 잡으면 그만큼 끊기 어렵다는 것을 오랜 인간 행동의 패턴을 통해서 알아차린 선조들의 지혜가 아닐까?

새해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 금주, 금연의 의지를 불태우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강렬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버리고 싶은 나쁜 습관을 하지 않는 반복 횟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과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새로운 습관이 뇌에서 만들어 지기까지는 대략 18일에서 254일이 걸린다고 한다. 새 습관을 누가 강제적으로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자율적으로 하게 되는데 까지는 66일이 걸린다고 한다. 평균 80세 이상을 사는 요즘 1년이라는 시간은 생각하기에 따라 짧은 시간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도 하루하루 반복해서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밴 새로운 습관으로 인해 절대로 안 될 것 같던 일이 이루어지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힘차게 시작한 경자년 새해 좋은 습관 하나씩 몸과 마음에 깊이 새기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