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는 바람에 골목식당들이 망했다.

황당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아마존에 사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과 북경에서 일어난 태풍 사이 관계보다는 상관 있다.

예전 동네 식당들에선 낮술을 즐기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술 자체도 매상이 짭짤하지만 안주도 밥만 먹을 때보다 많이 시키게 된다. 그러나 이제 현대인들은 간단히 식사를 하고 커피숍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

알코올은 카페인과 전쟁에서 점점 영토를 잃어가고 있다. 연말 연초 시기를 지나며 술자리를 제법 가졌다. 예전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저녁 회식 1위 자리는 그럭저럭 지켜내는 모양새지만 아무래도 3차, 4차를 이어가던 왕년의 위세는 볼 수 없다. 1차에서 끝내는 경우가 많고 아쉽더라도 맥주 한 잔 정도 가벼운 2차를 하거나 종종 2차로 커피숍에 가게 된다. 10여년 전부터 천천히 이뤄진 변화다.

하나는 정신을 흐리고 하나는 정신을 또렷하게 한다. 술과 커피는 아주 상반된 녀석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을 더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성분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마취제인 알코올은 노동의 고단함을 견디게 해주고 각성제인 카페인은 졸음을 쫓아준다. 사회에서 요구되는 정신노동이 많아지면서 잊기 위한 술보다는 깨우기 위한 커피가 더 유용해졌다. 카페인이 인체에 모두 흡수되는 데 45분 정도가 걸린다. 사람들이 오전 내 일한 뇌를 더 혹사시키기 위해 커피숍에 머무는 시간이다.

골목식당 문 앞에 붙은 `임대` 딱지와 우후죽순 늘어나는 커피숍들은 기계화가 시작되면서 이미 예고된 풍경인 셈이다.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신속해서 미래 인류의 삶 속에서 술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어떤 화학물질을 첨가해 자동차 출력이나 연비를 높일 수는 있다. 그러나 과도하면 엔진 수명을 깎아 먹을 수도 있다. 술의 폐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카페인도 부작용이 있어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 된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기관을 가동할 에너지가 필요해진다. 뇌처럼 열량을 많이 소비하는 기관에는 휴식 명령이 내려진다. 점심을 먹고 나서 잠이 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가끔은 아메리카노 대신 아시잠으로 뇌를 쉬게 해주는 것도 좋다.

이용민 세종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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