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전시립미술관·이응노미술관 기획전

이응노 作 군상, 1985년, 한지에 수묵, 21,5x81cm
이응노 作 군상, 1985년, 한지에 수묵, 21,5x81cm
올해 대전 미술계의 키워드는 `정체성의 확장`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새로운 큐레이션과 대전 만의 색을 입힌 전시를 기획했다. 대전미술의 역사와 시대적 가치를 품은 작품들과 동시대 작가들의 미묘한 표현의 변화를 섬세히 담은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와 함께 격년으로 열리는 `비엔날레`가 시민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응노미술관은 세계적 반열에 오른 이응노 화백을 더 다채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의 올해 전시를 살펴본다.

◇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전=올해를 여는 전시는 미술관 소장품전이다. 2월부터 4월까지는 소장품전인 `대전미술 다시쓰기:7080 광자진취`와 지난 해 수집·기증 작을 최초 공개하는 `2019 신소장품`전이 마련됐다.

`대전미술 다시쓰기 : 7080 광자진취`의 광자진취(狂者進取)는 논어의 자료편에 나오는 구절로 공자는 "중용의 도를 실행하는 사람을 만나 교류하지 못하다면, 반드시 광자(狂者)나 견자와 교류해야 할 것이다. 광자는 뜻이 높고 진취적이고 견자는 절대 나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전시는 미술관의 소장품 중 1970-80년대 대전미술의 흐름을 살펴보는 작품들로 구성돼 전시를 통해 이를 서술하고 시민과 함께 그 가치를 공유한다. 대전미술에 있어 1970-80년대는 새로움을 향해 도전적이고 미술관 소장품 수집과 연계해 연대별로 대전미술의 역사와 그 양상을 되짚어 보고 지역미술사를 아카이빙한다는 점과 진취적인 미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세대 예술가들에 의해 발전, 정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대전 미술의 맥을 보여주는 전시다.

2019 신소장품`전은 지난 해 미술관이 수집한 작품과 고(故) 민경갑 화백의 유족 기증 작 20여 점을 공개한다. 신소장품전은 수집 작품들을 통해 나아갈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고 시대의 흐름과 같이 변화하는 예술과 이를 공유하는 방식을 새로이 이해하고 경험하게 한다. 동시대미술을 세대별로 들여다보는 청년작가지원전과 중년작가전도 개최된다.

△2020 대전과학예술 비엔날레(8월-11월)=격년으로 열리는 대전 미술계의 가장 큰 행사인 대전시립미술관 비엔날레는 올해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다.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견인하며 시각예술 정통에 대한 대안 제시라는 호평을 받았던 대전과학예술 비엔날레는 4차산업혁명특별시`대전의 꿈`을 실현하고 그 정체성을 공유하며 과학예술 융복합의 진정한 시대정신을 구현하고자 한다.

특히 세계적인 과학예술문화센터, 유관기관과의 연구교류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라는 시대의 화두를 예술시각적 눈으로 새롭게 바라본다.

△`넥스트코드 2020`=지역미술을 이끌어 갈 차세대 작가를 양성하는 이 전시는 올 초 포트폴리오 공모로 작가를 선정하고 12월에 전시를 연다. 넥스트코드 프로그램에서 배출한 작가는 총 125명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 할 역량 있는 청년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지역 중진 작가 전시인 `골든에이지`는 2020년 새로이 시작되는 전시로 대전미술을 세대별로 조명하고 지역미술의 오늘을 진단한다. 그 시작으로 대전의 한국화를 만나 볼 수 있다.

△특별전=대전시립미술관 디엠에이(DMA)아트센터(엑스포 남문광장)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여름방학 특별전을 운영하고 대전창작센터(중구 대흥동)에서는 생활형 미술프로젝트를 가동하여 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친화적 문화 환경을 조성한다. 올해 대전창작센터에서는 `의(衣), 식(食), 주(住)`를 주제로 주민 협치 주도 형태의 프로젝트 전시가 열린다.

◇이응노미술관

△소장품전 `예술가의 방`=올해를 여는 첫 전시로 이응노작가가 예술적 영감을 받고 작품을 완성했던 아틀리에를 `이응노의 방(공간)`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한다. 특히 대전작가들의 창조적 재해석을 통해 고암 아틀리에 특유의 분위기를 재현하고, 그곳을 가득 채웠던 작품들을 주요 테마에 따라 4개 전시실로 나누어 설치한다. 이를 통해 유럽 미술의 중심에서 동양적 정체성이 담긴 조형언어를 창조하기까지 고암이 전개한 끝없는 실험과 도전, 그리고 창조에의 열정을 온전한 그의 공간 속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종이展=4월부터 6월까지 이어지는 기획전으로 이응노가 가장 많이 사용한 재료인 `종이`에 주목한다. 1958년 독일과 프랑스에서 서구 현대미술을 체험한 이응노는 종이라는 전통 재료가 가진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았고 찢기, 붙이기, 자르기 등 새로운 접근 방식을 작품 창작에 실험했다. 이 전시는 이응노가 새롭게 발견한 종이의 다채로운 면모를 소개하는 동시에 종이와 유사한 솜과 섬유 작품도 포함해 재료의 물성을 다루는 작가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된다.

△특별전 `이응노와 대가들: 루쉰`(7-10월)=중국의 문학가 루쉰의 목판화 작품과 이응노의 예술 속에 살아있는 민중의 힘을 함께 조명하는 전시이다. 이응노는 군상 시리즈를 통해 민중의 힘을 폭발적으로 나타냈고, 루쉰은 자신의 문학과 판화 예술을 통해 소외된 자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표현했다. 이 전시는 서로 다른 시대와 나라에 살았지만 두 예술가가 꿈꿨던 이상적 사회와 예술의 공통점을 살펴보고 미술과 문학을 폭넓게 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박인경 기획전=연말인 10월부터 12월엔 이응노 화백의 동반자인 박인경 화백전이 열린다. 박인경 화백(1926~)은 이화여대 동양화과 1기 졸업생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꾸준히 예술 활동을 지속해온 대표적 여류 작가이다.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의 예술의 조력자로 활동하면서 자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가 박인경의 70년 미술활동을 조망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이 전시를 통해 남성 중심의 근현대미술사 속에서 왜곡된 여성 예술가들의 지위를 회복하고 동양화단의 여류 미술가의 계보를 다시 세워 한국 미술사의 지평을 넓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작가들을 해외무대에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파리이응노레지던스`는 올해 제7기 작가들을 모집한다. 파리 보쉬르센 지역에 위치한 이응노 레지던스에서는 세미나와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현지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들을 초청하여 참여 작가들이 현지 미술관계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한국에서의 결과 보고전을 통해 참여 작가들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지역의 대표 청년작가 전시 프로젝트로 자리매김 한 `아트랩 대전`은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작가들에게 양질의 전시 공간을 제공한다. 전시는 6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 프로젝트룸에서 재기발랄하고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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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프레 생-제르베 (Pre Saint-Gervais) 이응노 작업실
1980년 프레 생-제르베 (Pre Saint-Gervais) 이응노 작업실
1980년 프레 생-제르베 (Pre Saint-Gervais) 이응노 작업실
1980년 프레 생-제르베 (Pre Saint-Gervais) 이응노 작업실
이응노 作 구성, 1976년, 캔버스에 혼합재료, 123x63cm
이응노 作 구성, 1976년, 캔버스에 혼합재료, 123x63cm
민경갑, 백두산1990, 종이에수묵 담채, 130x196㎝.(2019년 기증 )
민경갑, 백두산1990, 종이에수묵 담채, 130x196㎝.(2019년 기증 )
유근영, 우주적 공간, 1987, 캔버스에 유채, 97x162.2㎝
유근영, 우주적 공간, 1987, 캔버스에 유채, 97x162.2㎝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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