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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문학 넘어 삶을 되묻다

2020-01-08기사 편집 2020-01-08 17:33:51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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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을 묻는 방식] 양경언 지음/ 창비/ 416쪽/ 2만 원

첨부사진1안녕을 묻는 방식

누군가의 '안녕'을 묻는 일이란 안부를 살피려는 상대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행위이자, 그 어떤 엄혹한 상황일지라도 인사를 주고받는 서로가 '함께 있음'을 실감하는 행위이다. 혁명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일 수 있다는 얘기다. -'책머리에' 중에서

2011년 '현대문학'에 평론을 발표하며 비평 활동을 시작한 이래 여러 문학의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평론가 양경언이 첫 번째 평론집을 냈다.

현실은 시시각각 변해가며 그에 따라 문학 또한 제 모습을 바꿔간다. 중요한 것은 비평이 이 같은 현실의 변화에 얼마나 재빠르게 개입하느냐다. 그에 따라 문학이 만들어낸 현실 역시 다르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0년대 한국 사회에서 비평이란 무엇을 하는 일을 가리키며, 그 비평이라는 것은 과연 왜 중요한가.

사람들의 안녕을 살피는 일을 문학이 할 때, 비평은 어떤가. 비평 역시 문학과 문학 작품을 접한 이들 모두의 안부를 묻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안녕'한지를 살피는 일은 일상에서 흔히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칫 사소하다고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흔하다고 해서 그 의미조차 가볍진 않을 것이다. 이편에서 상대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에게 관심이 있어야 한다. 상대의 유일한 이름을 기억하고 거기에 값하는 삶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궁금해 해야만 한다. 억지로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저자는 책에 담긴 글들이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첫 평론집의 제목을 '안녕을 묻는 방식'이라 지었다.

이 표현은 2010년대 초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던 '안녕 대자보' 현상과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드러나는 언어의 특징을 연결해서 살핀 글에서 저자가 처음 쓴 것인데, 삶에서든 문학에서든 누군가의 곁으로 다가가 안부를 묻는 일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밝힌다.

저자는 이 책에 정치 권력이 언어를 다루는 이들을 어떻게 길들이려 했는지를 절감했던 2010년대 초반 시기에서부터 세월호 사건, 페미니즘 리부트 활동, 광장의 촛불 등 많은 이들의 숨결과 몸짓으로 움직인 현장을 담았다.

비평은 왜 중요한가. 비평 행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촛불 이후의 시기를 살고 있는 지금의 문학을 어떻게 기억할 지에 대한 판가름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평이 문학을 어떻게 기억할지를 끊임없이 겨루는 논쟁의 장으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에는 한국 시의 문제작을 소개하고 2010년대 한국사회를 뒤흔든 여러 사건들 속에서 문학이 해왔던 역할을 되짚는다. 또 문학 비평이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 등을 다뤘다.

저자는 "이 책에 담은 비평은 대체로 열패감과 좌절감을 시시각각 개개인에게 안기려는 시대에 맞서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살아갈 맛'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문학에 대해 다른 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나눠보고자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아서 기지 않는' 문학은 지금 이곳을 향해 제대로 살아 있는지 목청껏 묻는 일을 하고 있다"고 부언했다. 이 책에 실린 '비평이 왜 중요한가'는 지난 해 제37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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