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을 묻는 방식] 양경언 지음/ 창비/ 416쪽/ 2만 원

안녕을 묻는 방식
안녕을 묻는 방식
누군가의 `안녕`을 묻는 일이란 안부를 살피려는 상대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행위이자, 그 어떤 엄혹한 상황일지라도 인사를 주고받는 서로가 `함께 있음`을 실감하는 행위이다. 혁명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일 수 있다는 얘기다. -`책머리에` 중에서

2011년 `현대문학`에 평론을 발표하며 비평 활동을 시작한 이래 여러 문학의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평론가 양경언이 첫 번째 평론집을 냈다.

현실은 시시각각 변해가며 그에 따라 문학 또한 제 모습을 바꿔간다. 중요한 것은 비평이 이 같은 현실의 변화에 얼마나 재빠르게 개입하느냐다. 그에 따라 문학이 만들어낸 현실 역시 다르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0년대 한국 사회에서 비평이란 무엇을 하는 일을 가리키며, 그 비평이라는 것은 과연 왜 중요한가.

사람들의 안녕을 살피는 일을 문학이 할 때, 비평은 어떤가. 비평 역시 문학과 문학 작품을 접한 이들 모두의 안부를 묻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안녕`한지를 살피는 일은 일상에서 흔히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칫 사소하다고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흔하다고 해서 그 의미조차 가볍진 않을 것이다. 이편에서 상대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에게 관심이 있어야 한다. 상대의 유일한 이름을 기억하고 거기에 값하는 삶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궁금해 해야만 한다. 억지로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저자는 책에 담긴 글들이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첫 평론집의 제목을 `안녕을 묻는 방식`이라 지었다.

이 표현은 2010년대 초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던 `안녕 대자보` 현상과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드러나는 언어의 특징을 연결해서 살핀 글에서 저자가 처음 쓴 것인데, 삶에서든 문학에서든 누군가의 곁으로 다가가 안부를 묻는 일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밝힌다.

저자는 이 책에 정치 권력이 언어를 다루는 이들을 어떻게 길들이려 했는지를 절감했던 2010년대 초반 시기에서부터 세월호 사건, 페미니즘 리부트 활동, 광장의 촛불 등 많은 이들의 숨결과 몸짓으로 움직인 현장을 담았다.

비평은 왜 중요한가. 비평 행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촛불 이후의 시기를 살고 있는 지금의 문학을 어떻게 기억할 지에 대한 판가름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평이 문학을 어떻게 기억할지를 끊임없이 겨루는 논쟁의 장으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에는 한국 시의 문제작을 소개하고 2010년대 한국사회를 뒤흔든 여러 사건들 속에서 문학이 해왔던 역할을 되짚는다. 또 문학 비평이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 등을 다뤘다.

저자는 "이 책에 담은 비평은 대체로 열패감과 좌절감을 시시각각 개개인에게 안기려는 시대에 맞서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살아갈 맛`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문학에 대해 다른 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나눠보고자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아서 기지 않는` 문학은 지금 이곳을 향해 제대로 살아 있는지 목청껏 묻는 일을 하고 있다"고 부언했다. 이 책에 실린 `비평이 왜 중요한가`는 지난 해 제37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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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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