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성악가
박영선 성악가
사람이 살면서 꿈꿔온 아름다운 상상력이 실제로 현실화되는 경우는 흔하디 흔하다.

평범한 식사를 하고도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서 이미 살고 있으며 즐거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다들 너무 바쁘다. 그래서 멍 때리는 것 조차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느낄 만큼 자족이 필요한 시대다. 나는 친구들에게 상상의산책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이 곧 건설이 될 수 있으니까.

나는 산책이란 느낌을 참 좋아한다.

나무들이 우거져있고 야생 꽃들이 피어있는 무척이나 평화스런 상태가 상상이 되는 느낌의 단어 "산책"이다.

인생은 전쟁인데 그와 반대되는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을 일컬으니 말이다. 반려견.연인.평화.휴양림.공기,경치.여행.잔잔한음악.스트레칭체조...연관검색어가 줄줄이 생각난다. 사실 문화란 사람이 만들어내는 형이상학적인 총체를 일컫는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음악이나 무용. 미술, 건축 등은 가던 길을 멈춰서 있어도 행복감에 충만감을 느낄 수가 있다. 귀로 듣는 보약이 음악이듯 먹지않아도 눈이 즐겁고 나를 끌어올려주는 그림이나 사진감상도 그러하고 춤추는 공연에서도 이따금씩 현실을 잠시 떠나 정신적 여행을 하게 된다.

나는 성악을 35년 넘게 몰입해온 사람이다.

주로 이탈리어 어로된 노래를 많이 하고 가르치나 독일, 프랑스, 러시아, 체코어까지도 노래가주는 가사의 존재하는 특별함에, 언어공부가 필수가 되는 외국가곡은 각 나라마다 신비할 정도로 여행 같은 다름의 묘미를 안겨다 준다.

무대서나 무대를 내려와서나 온통 성악에 관한 일에 내 정신과 눈과 귀가 집중되어있어 그 한우물도 내겐 벅찰 정도로 시간이모자라고 그 한가지로도 너무나 충분히 재미있고 아직도 궁금한 짝사랑을 하는 사람같이 늘 갈증이 난다.

발은 땅을 딛고있으나 내영혼은 4차원일 정도로, 슈트라우스나 브람스에 빠져서 살 때도 많다.

우리의 삶을 흔히 전쟁과 과열된 경쟁에 비유하지만

그래도 하루한번 1주 한번은 어느 길이든 산책을 권하고싶다.

그것은 결코 서두르지않으며 나를 점검할 수 있는 완행열차 같다.

자식 잘되길 바라서 돈 번다고 하지만 자식에게 "힘드니?""괜찮니~?""엄마가 도와줄 일 없니~?"도 묻지 못한 채 살고있다면

100원, 1000원, 1만 원 버느라 바빠서 정작 몇 천만원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병에 걸리기도 하는 우리 인생이라면 속도 조절 필요하지 않을까….

급행열차는 자세히 느낄 수가 없다.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낮은 악기를 감상하며 삶의 산책이 필요하다. 너무 급하고 초조하고 쫒기어 현대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시대이나 우리 모두 깊은 호흡과 느린 발걸음과 잔잔한 미소를 좋아할 필요는 분명 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생각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가 이토록 `심쿵`하기에 벌이 꽃에게 날아들 듯 작곡자들이 시에 음표를 달아주는 게 아닐까.

천천히 자세히 보면 내 작은 책상도 이쁘고.

간장종지도 귀엽고 따뜻한 차한잔도 행복의 온도를 높여주는 하루가 될 것이다.

너무 뛰지말고 우리 모두에게 산책할 문화나 자연의 시간이 필요하다.

박영선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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