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민 세종 도담초 교사
한정민 세종 도담초 교사
올해도 겨울이 오고 데자뷰 같이 같은 말을 했다. "26일부터 단축수업을 할 거예요. 4교시에 점심 먹고 하교합니다."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환호성이 이어질 것을 기다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낯선 정적이 2~3초 흐르고, "싫어요!", "안가면 안돼?"웅성거리는 아이들 목소리 뒤에 회장이 일어나서 말했다. "선생님, 저희들이 알차게 시간표 짜오면 저희 교실에 있어도 되나요? 꼭 안 가도 되죠?" 순간 나도 당황 했다. 단축수업을 싫어하는 아이들이라니….

우리 반은 사이가 꽤 좋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좋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3월에는 시작하는 여느 반과 다름이 없었다.

학생들이 긍정적 에너지를 품고 활기차게 생활하기 위해 올해는 토론과 학급자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3월 하브루타 교육과 짝 토의, 4월 디베이트 교육, 5월에는 모둠자치를 시작했다. 모둠자치는 격주에 한 시간씩 팀 빌딩 시간을 가지고 팀 이름, 구호, 목표점수, 개인역할 등을 정하고 2주 동안 생활 한 결과를 보상 받는다. 무려 40분! 아이들은 웃으면서 나의 지시 하나 없이 팀 빌딩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말할 수 있게 되자 여유 있게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마치 배가 고팠던(의견을 말하고 싶었던) 아이가 마음껏 먹고 웃는 것과 같았다.

6월, 3월에 씨를 뿌려놓은 학급자치는 무섭게 성장해 결과를 쏟아냈다. 학급 철학과 구호, 엠블럼, 반티가 만들어졌다. 우리 반은 이제 도담초 학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예지앞사(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사랑해) 라온반`이 되었다. 수업시간에는 회의로 결정한 형식의 노트를 제본해 썼고, 쉬는 시간에는 회의로 정한 규칙으로 생활하고 다툼을 해결했고 성장했다.

6월 19일, 우리 반은 2달여간 연습한 학급곡과 자율 모둠곡 중심으로 학급 음악회를 기획해 1시간짜리 공연을 전교생 앞에서 선보였다. 200-300명의 관람객이 와 주었고 아이들은 정말 기뻐했다. 그리고 10월 9일 한글날 야외음악회를 열게 되었다. 휴일에 산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절대 쉽지 않다. 2시간 반의 공연의 진행, 음향, 홍보 등 아이들은 아주 복잡한, 마치 어른들의 문제를 오롯이 `학급회의`로 해결했다. 내가 한 일은 공문발송과 같은 아이들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처음 시작할 때와 마지막 곡 `스승의 은혜` 불러줄 때 한번 일어났다. 아이들은 너무나도 자유롭고 훌륭한 공연을 펼쳤다.

공연이 끝나자 회장의 "자! 이제 놀자!" 소리와 함 대부분의 아이들은 놀이터로 사라졌고,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신뢰`가 느껴졌다. 잊고 있던 내 어린 시절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오늘도 크리스마스파티와 학업정리노트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아이들을 보며 글을 마친다. 정말 고마웠다. 너희를 만난 건 나의 큰 행운이었어. 사랑한다. 한정민 세종 도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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