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행복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그러나 청년들의 현실은 어떤가. 행복이란 말을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높은 실업률, 낮은 출산율 등 각종 통계수치를 거론할 것도 없다. 삼포, 오포… N포세대란 말이 청년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경자년 (庚子年) 새해가 밝았지만 청년들에게 의례적인 덕담도 나누기 힘겹다. 한국의 미래,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살아갈까? 그들의 이야기와 희망, 절망, 현실을 그려본다.

◇취업-결혼-출산은 높은 문턱=대학 졸업을 앞둔 윤미진(24·가명)씨는 하루의 일과를 정규직 취업을 위해 구직사이트 서치와 이력서 작성으로 시작한다. 윤씨는 2015년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편의점, 학교 근로장학생 등…. 현재도 커피숍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시험기간에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윤씨는 "부모님이 등록금을 내주시고 용돈 30만원 정도씩 지원해 준다. 고맙고 죄송스럽다"면서 "하지만 취업 준비에 필요한 책, 학원비 등 추가비용은 제 힘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취업이 가장 밀접하다. 이전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업이 청춘을 발목 잡으면서 연애나 결혼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출생 통계를 보면 평균 출산 연령은 32.8세. 29세 안팎인 다른 유럽 국가나 31세인 일본 등과 비교해도 OECD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율은 31.8%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청년은 가성비 떨어지는 존재?=청년 10명 중 2명은 학업도, 일도,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NEET)족`에 속한다.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학업과 일도 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젊은이를 지칭하는 용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핵심정책 대상별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5-29세 청년 중 니트 상태는 16.6%로 추정됐다. 니트족 중 67.6%는 취업 준비 중인 것으로 집계됐고, 육아·돌봄·가사를 하는 비율은 12.9%, 그냥 쉬고 있다는 `구직 포기`도 8.1%였다. 취업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기술·자격이 부족해서`라는 응답이 41.9%로 가장 많았다. `자신감 결여`도 37.6%가 응답했다.

길지 않은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휴학 중인 김영주(27·가명)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부모님이 들인 돈을 생각하면 저는 가성비가 한 참 떨어지는 사람"이라며 "결혼하고 아이 낳고 내집마련하고 부모님처럼 살아가는 삶 엄두도 못낸다"고 토로한다.

◇젊음과 도전의 이미지로 다시 정립돼야=전문가들은 요즘 청년들이 취업도 결혼도 포기하며 도전을 주저하는 이유로 사회구조적 병폐를 꼽았다. 대표적으로 `흙수저`, `금수저`라는 표현처럼 공정한 출발선이 문제다. 특히 대다수 청년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특혜 의혹`이 불거진 뒤 박탈감과 분노를 표출 했다. 지난해 12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대를(남녀 각 500명) 대상으로 연애·결혼, 자녀·가족, 사회·행복에 대한 견해를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7명 이상이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등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의 불공정성을 겪었다는 응답도 74.2%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불신은 연애포기, 결혼포기, 출산포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명주 충남대 교수는 "우리 사회는 대학차별에 의한 엘리트의식과, 엘리트집단에 속하지 못한 것에 대한 평생의 패배의식이 양분돼 있다"며 "지역대학에 대한 차별이야말로 성차별만큼이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교수는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불신은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분배나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사회전체로 확장해 기득권의 완전한 해체를 이뤄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청년들이 보다 쉽게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이준재 한남대 창업지원단은 "더이상 청년 문제는 청년세대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우선 청년들이 걱정하는 주거, 부채 등 결핍을 해소시켜 (창업)도전에 실패해도 학습의 기회로 삼아 좌절 없이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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