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경기침체 장기화 속에서 소득과는 별개로 자신의 소비생활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가 점점 상승하였고, 나이별로 보면 경제적으로 30·40대보다 풍족하지 않은 밀레니얼 세대(19-29세)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에서 소비가 증가하지 않았지만 자기만족도가 높아진 이유는 `가심비`로 대변되는 `가치소비`의 확산을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가심비(價心比)는 가격이나 성능보다 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남을 뜻하는 `가성비價性比)`에 마음 `심(心)`자를 더한 신조어다. 가심비는 `가치소비`를 상징하는 말로 우리나라에서 2018년부터 시작된 소비 트렌드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소비 특징은 기성세대의 안정적이고 신중한 소비 형태와는 달리 일상생활에서 `작은 사치`를 즐기며 때때로는 생활에서 필요도가 높지 않은 제품들도 소비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절약을 중시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음에도 외식 및 해외여행, 명품 패션 등 가끔은 분수에 맞지 않는 `작은 사치`를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인 만큼 인터넷, 모바일 등 멀티채널을 통해 갖가지 상품 정보를 조사하고 SNS를 통해 소비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있어 SNS가 가치소비에 중요한 매체로 활용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중심이 된 가치소비는 개인들의 합리적이면서 사회적으로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확대되면서 `카풀(carpool)`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 `공유오피스`처럼 차량이나 물품, 장소 등을 대여하거나 공유하는 서비스가 생겨나게 했으며 소비의 방식이 개인적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게 하고 있다. 또한 가치소비가 트렌드가 되면서 기업들도 적극적인 소통과 기업 간 협업 등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의 심리를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가치소비가 트렌드가 된 배경에 밀레니얼 세대의 고민도 함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경기침체로 인해 기성 세대부터 선호하던 안정되고 좋은 직장은 점점 줄어 취업률은 나날이 떨어지고 집값 폭등은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게 하고 있다. 희망이 안 보이는 먼 장래의 고민보다는 지금 당장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생겨난 것이 `욜로`,`소확행`, `탕진잼`, `스마트 쇼퍼`, `가심비`로 대변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나타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미래를 짊어지고 갈 `밀레니얼 세대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트렌드인 가치소비의 중심에 있는 그들을 하나의 성향으로 단정 짓거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만든 우리 사회의 자화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도록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선제적인 제도 개선과 지원 시스템이 요구되며, 눈높이에 맞춘 인식 개선을 위하여 사회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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