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신가전이 히트였다. 삼신가전이란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의료건조기이다. 가사 노동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삼신가전은 기술진보와 맞물려 태동했다. 삼신가전의 원조라 불리는 세탁기가 좋은 예다. 일군의 경제학자들은 세탁기가 여성의 가사부담을 경감시켜 사회진출을 도왔다며 컴퓨터보다 더 영향력 있는 발명품으로 꼽는다. 하지만 기술발전의 수혜가 고스란히 격차 해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양 대척점에 서 있는 남녀간의 불평등이 걸림돌이다.

지난해 말 세계경제포럼은 전세계 153개국의 성별분석 격차를 분석해 발표했다. 분석결과 한국의 성별격차는 나라별 순위에서 세계 108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경제활동 참여와 기회 부문이 127위로 다른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더 뒤쳐졌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모든 분야에서 성별 격차가 종식되려면 99.5년이 더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국내도 지역에 따라 성평등 수준이 다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018년 국가 및 지역 성평등지수`를 공개했다. 전국 16개 지역 가운데 충남은 경남, 경북, 전남과 더불어 하위에 그쳤다. 충남은 복지 15위, 교육·직업훈련 13위, 안전 13위 등 지역성평등지수의 여러 지표별 순위에서 16개 광역시·도 중 하위권을 맴돌았다. 충남은 2014년부터 5년째 줄곧 지역 성평등지수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복지수도를 자임한 충남도가 내년에는 성평등지수 만년 하위권을 탈출할 수 있을까.

2016년 10월 첫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이 지난해 영화로 제작돼 367만 명이 관람했다. 1982년 4월 1일, 서울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키 50센티미터, 몸무게 2.9킬로그램으로 태어난 김지영처럼 훗날 `20년생 김지영`으로 소환될지도 모를 아이들이 올해도 첫 울음과 함께 곳곳에서 세상과 마주하리라. 우리는 그들 앞에 어떤 미래를 선사할 것인가.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새해 새날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속 한 대목을 반추해 본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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