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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춘문예] '아침의 동행' 단편소설 부문 심사평

2020-01-01기사 편집 2020-01-01 14: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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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 살풍경, 인간 죽음 본질로 확장

첨부사진12020 신춘문예 심사위원 (소설가 한창훈)
첨부사진22020 신춘문예 심사위원 (소설가 최학)
본심에 올라온 19편을 먼저 읽었다. 각각의 매력은 있었지만 이 정도 쓰면 소설이 되겠지, 하면서 쓰지 않았을까 하는 혐의가 더 커보였다. 우리는 그 중에서 6편을 골랐다.

먼저, <캠프(camp)>와 <물탱크>.

비상식적인 상황을 통속으로 흘러가지 않게 컨트롤하는 능력, 이야기 전개나 말을 다루는 솜씨 등 나름 장점이 보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넋두리가 되어버린 게 아쉬웠다. 떠오르는 걸 시시콜콜 다 써버리면 서사가 무너지며 효과도 떨어져버린다.

중국에 억눌려있는 티베트족 '로랑단전'을 주인공으로 하는 '티베크 빙하'는 낯선 소재의 참신함,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취재 또는 여행에서 얻은 소재가 아무리 인상적이라도 소설의 질료로 잘 녹아들어야만 생명력을 얻지 않겠는가.

'감동'은 좋은 설정이지만 대부분 산만해서 작가가 장점으로 드러낸 위트와 위악이 독자의 마음을 얻는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로드킬'은 단단하게 응축시켜내는 능력이 돋보였으나 로드킬 당한 동물, 박제 만드는 노인, 언니의 죽음을 소설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목표가 강박처럼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소설이란 독립적인 에피소드들의 유기적인 결합물이기는 하나 거기서 나오는 화학작용이 자연스럽고 인과관계가 분명해야 그 결합은 성공되는 것이다.

'백야(白夜)'는 출품작 중에서 가장 안정된 문장을 구사하였다. 상당기간 소설을 만져온 실력으로 보였다. 누군가에게 갇혀버린 연쇄살인범. 그는 미로찾기를 하듯 출구를 찾아 헤맨다. 그리고 자신을 가둔 자가 '살인행위에서 예술을 찾는' 같은 부류라는 걸 알게 된다는 내용.

그게 다이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모든 소재와 접근방식을 허용하는 게 소설세계이지만 동시에 읽는 이의 공감까지 얻어내야 하는 게 또 이 세계이다. 예전에는 낯설었으나 언젠가부터 몹시 낯익은 게 되어버린 소재. 인터넷을 열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이야기. 이 단편에서 우리를 위무하고, 경험을 선사하고, 정신의 진화를 유발시킬 그 무엇이 있기는 할까. 혹시 있는데 우리가 못찾는 것일까,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당선작인 '아침의 동행' 도 낯익은 접근이고, 서술이다. 약한 밀도와 느슨한 진행은 아직 아마추어에 머물러 있는 특징으로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삶이 있었다. 생활이 있었다. 나름대로 대상을 장악해 낸데다가 치밀성의 부족은 문장 호흡의 부드러움이 받쳐주었고 도축장의 살풍경이 인간 죽음의 본질로 확장되는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기에 무엇보다도, 발전의 여지가 커보였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소설가 최학·한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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