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희망이다] 세대차이 & 세대공감

삼포세대 의미.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삼포세대 의미.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시대에 따라 환경이 변화하는 것처럼, 각 시대의 청년에 대한 표현과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는 달라져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6.25 전쟁이 끝난 뒤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 이후 X세대, Y세대, 밀레니얼 혹은 Z세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마다 청년에 대한 다양한 이름이 존재하며, 각 시대의 청년들이 처했던 환경과 추구했던 문화 등에도 차이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갈등 가운데 대표적인 `세대 간 갈등`은 이 같은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로 기성세대의 가치관이나 방식이 청년들에게 녹아들지 못하면서 갈등을 빚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성세대가 경험한 이전의 청년 문화와 신세대가 만들어 가는 현재의 청년문화의 충돌로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세대 간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청년들이 겪은 환경, 문화, 가치관 등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대학생이 이끈 1970년대 청년 문화=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정책연구정보서비스 등에 따르면 원래 `청년문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에 시작된 저항적인 젊은이의 문화를 의미하는 용어였다. 특히 1968년 세계 곳곳에서 학생운동의 열기가 높아지며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대규모집회가 개최됐고, 미국에서 반전시위가 열리면서 청년문화가 더욱 확산됐다. 우리나라 1970년대 청년문화를 이끈 주역은 대학생이었다. 해방 이후 출생해 서구식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1970년대 대학생은 기성문화와 구별되는 새로운 청년문화를 형성했다. 당시 청년문화는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표출된 장발, 통기타, 청바지, 생맥주 등 서구식 소비문화였다. 외국 청년문화의 아류가 대학가를 장악한 것이다. 이는 유신 선포 이후 무력감과 패배주의에 젖어 있는 젊은이의 퇴폐적인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고 싶은 청년의 욕망과 일탈을 반영하는 심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격변기 주도한 386세대= 1980년대는 정치적 변혁과 세대, 계층 간 괴리가 심각했던 시기다. 이러한 격변기를 주도한 연령층에 386세대가 있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에 다니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세대다. 6·29 민주화 선언을 이끌어 내기까지 시위를 주도한 386세대는 현장에서 전통 공연을 실현하려 했다. 대학의 동아리에서 전개된 전통문화의 활용은 성공적인 문화의 전승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부정권은 시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도입했다. 1980년 컬러 텔레비전이 보급됐고, 1982년에는 프로야구가 신설됐으며, 통금해제(유흥업소 심야영업금지 해제)와 함께 영화 검열이 완화되면서 심야극장 상영이 허가됐다. 특히 수많은 에로 영화가 쏟아져 나오면서 청년의 향유물이 됐다.

◇풍요로움과 위기 함께 겪은 `신세대`= 1990년대의 청년은 1970-80년대에 비해 풍요로운 시기를 누렸다. 문민정부 시대인 만큼 격렬한 민주 항쟁은 거의 없었고, 물질적으로 풍부해 마음껏 대중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신세대`라고 이름 붙여지며 당시의 문화담론을 장악했다. `새로운 세대`, `규정할 수 없는 세대`라는 뜻의 신세대는 강한 개인주의 성향을 드러냈다. 배낭여행과 어학연수를 떠났고, PC통신과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체험하면서 `글로벌`한 정보와 지식을 축적했다. 이와 함께 1990년대 청년들 사이에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라는 새로운 근무형태가 등장했다. 특히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로 인해 경제 위기가 갑작스럽게 도래하면서 청년들은 침체된 사회 분위기에서 치열한 경쟁의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사회적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증가했고 세대, 지역 간 갈등과 분열을 겪게 됐다.

◇통신 발달과 등장한 새로운 세대= 2000년대 이후 한국인의 가장 큰 생활 패턴의 변화는 휴대전화의 사용이다. 여기에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조직됐고, 개개인이 디지털 카메라를 소지해 소소한 일상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SNS가 유행했다. 2010년부터는 스마트폰 시대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SNS가 일반화됐고, 이 과정에서 한 개인의 신상이나 일상을 익명으로 혹은 실명으로 공개하는 디지털 문화가 형성됐다. 20-30대 청년들은 디지털 문화를 주도하며 이를 진화·발전시켰고 그 결과, N세대, M세대 등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2000년대의 청년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공황 상태에서 취업 전선에 뛰어든 세대다. 이에 정규직을 찾지 못하거나 직장을 계속 옮겨야 하는 불안정한 시기를 견뎌내야만 했다. 청년들이 직면한 취업 문제는 2010년 이후에도 지속돼 88 만원 세대, N포 세대 등 다양한 신조어를 낳았다. 이는 보장된 직장을 구하고자 노력하는 취준생, 최저시급으로 살아가는 아르바이트 생 등,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청년의 실상이다.

◇신구 갈등 해소는 존중에서부터=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을 일컫는 표현을 살펴보면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가 대부분이다. `88 만원 세대(20대 비정규직 월 평균 급여 88만 원)`,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삼포 세대(연애, 결혼, 아이 갖는 것을 포기한 세대)`, `오포 세대(삼포+ 집, 경력`, `N포 세대` 등이 해당된다. 이는 청년들이 경제 불황과 취업난 속에서 졸업과 취업,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을 미루고 있음을 대변한다. 또 불공정한 사회 구조로 양극화가 심화된 모순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기성세대를 향한 불신과 분노를 간직한 이 시대 청년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단순히 청년을 뜻하는 표현이외에도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등 현실에 대한 체념과 무기력한 세태를 풍자하는 신조어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결국 세대 간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각 세대가 겪어온 역사적 배경 등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선기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세대 간 격차가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문제의 해소를 위해서는 다원성을 기반으로 또 다른 가치에 대한 존중, 다름이 아니라 차이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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