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대한민국 乙중의 乙 보고서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10시, 겨울 방학이 시작된 대전의 한 대학도서관. 방학을 잊은 취준생들의 열기가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취업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방학동안 여행을 가거나 사회경험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대학생들은 대입 입시를 또 다시 치르는 심정이다.

 이 곳에서 만난 취업 재수생 최모(24) 씨는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신청했다. 취업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일년 전부터 취업시험을 준비하며 `스펙(spec)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다. 최 씨는 은 매일 아침 7시 기상해 아침밥을 간단히 챙겨먹고 오전 8시 도서관에 나온다. 도서관에서 오후 6시까지 취업 공부를 한 뒤 토익학원을 거쳐 오후 9시쯤 집에 돌아와 채용사이트를 검색하는 게 하루 일과다.

 최 씨는 "올 하반기에만 십여 곳에 달하는 기업에 원서를 넣었지만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떨어졌다"며 "대학 졸업보다 취업이 먼저라는 생각에 휴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발 면접이라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점심시간 이 대학 편의점에는 컵라면과 김밥 등으로 때우는 학생도 다수였다.

 군 전역 후 복학을 했다는 황모(28·4학년) 씨는 "혼자 공부를 오래 하다 보니 식사시간도 아까워서 간단하게 때운다"며 "공무원 준비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취업난이 심해져 아무래도 안정적인 직장인 공무원 등을 노리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내년엔 꼭 붙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취업에 대한 부담은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1학년때부터 장기계획을 세워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대학생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강모(20) 씨는 요즘 영어학원과 자격증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다. 그는 "언론에서 취업난에 대한 보도를 접할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며 "막연하지만 자격증을 따두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학가 인근 독서실 분위기도 비슷했다. 10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숨을 죽이며 책을 조심스럽게 넘기고 있었다. 대학과 독서실에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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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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