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문화가산책] 시 써서 얼마 벌어요?

2019-12-31 기사
편집 2019-12-31 08:14:23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람마다 달라요. 라고 대답한다. 그래도 더 궁금한 사람들은 묻는다. 1년에 대략 어느 정도 벌어요? 그럼 나는 대답한다. 그렇게 따지면, 100만원도 못 벌어요. 그럼 상대의 반응은 두 가지 중 하나다. 그럴 줄 알았다와 그럴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주는 이들은 원래 시인은 배고픈 직업이니까 하며 대화를 끝내고, 그럴 줄은 몰랐다는 대답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다는 얘기를 늘어놓는다.

너무 한다는 말은 누가 너무하다는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예술가에게 이, 사회가 너무한 지는 꽤 오래됐다. 시인이 시를 쓰는 시스템은 이렇다. 문예지에서 시인에게 청탁을 한다. 시 한 편에 3만원에서 많게는 15만원을 준다. 대체로 2편을 청탁하니까 6만원에서 30만원을 버는 셈이다. 그것도 다달이 아니다. 거의 계절별로 시를 싣는데, 어떤 계절엔 청탁이 아예 없기도 하다. 크게 인심을 써서 시인이 한 계절에 시 써서 원고료로 30만원을 번다고 치자. 1년이면 120만원이다. 대체로 원고를 주고 문예지가 발간되면 원고료가 지급되는데 원고료는 지급날짜가 없다. 어떨 때는 시를 보낸 뒤 문예지가 나오고 한 두 계절 후에 원고료가 입금되기도 한다. 이것이 시인의 현실이다. 그러니 시만 써서는 적금도, 계획적인 지출도 할 수 없다.

얼마 전에 전업으로 시를 쓰는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원고료를 안 주는 곳에는 글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거라도 받아야 생활이 된다고. 후배 너희들도 헐값에 자신의 작품을 주지 말고 받을 건 받으라고. 그래봤자 우리는 연봉 100만 원짜리 속물이라고.

원고료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그대로다. 공공기관에서 측정하는 원고료도 마찬가지다. 물가상승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른 분야의 예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들은 바에 의하면 예술가가 미리 출연료 등을 협상하지 않고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변변한 계약서 하나 없이 재능 봉사처럼 비자발적으로 예술을 기부하기도 한다.

그러니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되지 않는 슬픔이 아니라 열심히 써도, 생활할 수 없는 슬픔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계속 쓰기 위해서 돈 벌러 나간다. 시간과 체력을 주고 돈을 번다. 그러면서도 돈 버느라 예민한 촉이 죽을까봐 계속해서 자신을 단련한다. 어떤 소설가는 배꼽 아래 스위치가 있어서 생활인 모드, 소설가 모드로 껐다 켜는 것이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여간해선 이런 내공을 갖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게 생활은 계속 예술을 침범한다. 그러다 지치면 포기하는 것이고, 지치지 않으면 계속, 견디면서 가는 것이다. 버티는 것이다.

밑지는 장사를 왜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때때로 예술가들도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뭐하고 있는지 답을 찾을 수 없어 방황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시 쓰면 돈을 벌진 못해도 나를 잃지는 않는다.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유일한 순간을 번다.

손미 시인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