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조직관리 및 리더십 학자인 카네기멜론스쿨의 켈리 교수에 따르면 조직의 성공에 있어서 리더가 기여하는 부분은 많아야 20% 정도이고 그 나머지 80%는 팔로워(Follower)들의 기여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빙산의 일각이 전체의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물속에 잠겨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리더란 바로 눈에 보이는 빙산의 일부로서 조직을 이끄는 총체적 상징이며, 실제 조직을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은 팔로워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의 모든 문제의 원인과 처방을 리더 한 사람에 맞춘 리더십 교육보다 실제로 조직을 이끄는 대다수 팔로워의 역량과 자질을 키우는 팔로워십 교육이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팔로워십은 조직을 떠받치는 기초체력이자 잠재력인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을 이끄는 훌륭한 팔로워십은 무엇일까.
첫째 자신의 역할에 대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어느 외국 대사의 부인이 마당에 나무를 심기 위해 정원사를 불렀다. 처음 정원사는 자기 생각대로 나무와 장소를 정하여 심고 사라졌다. 두 번째 정원사는 부인이 시키는 대로 잘 심어주었다. 세 번째 정원사는 주택을 둘러보고 마당을 이리 저리 살펴보더니 부인과 상의한 후 나무와 장소를 정하여 심었다. 당신이라면 어느 정원사와 일을 하겠는가. 세 번째 정원사는 부인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수행했지만 누가 리더이고 팔로워인가. 최종 결정은 부인이 내렸지만 실제로 결정을 돕고 이끈 사람은 결국 팔로워인 정원사인 것이다. 이처럼 리더와 팔로워는 반대적 개념이 아니라 역할에 따른 상대적 개념일 뿐이다. 본질은 같지만 H2O가 온도에 따라 물, 얼음, 수증기로 존재하는 것처럼 팔로워는 리더의 또 다른 이름이다.
둘째 동료에 대한 펠로우십(Fellowship)이 있어야 한다. 펠로우십은 동료의식 또는 공동체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조직의 성공을 위해 동료들을 대신해 자신을 희생할 줄 하는 정신이라 할 수 있다. 공동체정신이 결여된 조직은 사적 또는 분파적 이익으로 갈라져 외부 충격에 쉽게 무너짐은 자명한 사실이다. 임진왜란 직전 동인과 서인대표가 일본을 방문하고 나서 상반된 보고를 한 것은 공동체 이익보다 당파적 이익을 앞세운 결과였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더에 대한 파트너십(Partnership)이 필요하다. 리더와의 관계를 주종관계로 인식해 맹목적으로 순종함으로써 조직이 파국으로 치달은 사례는 역사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반면 리더와 반목하고 사사건건 대립하는 청개구리형 팔로워 역시 리더의 권위를 약화시킴은 물론 조직의 안위를 위태롭게 한다. 리더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협조, 건강한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팔로워는 리더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자신의 조직, 수행할 과제에 초점을 맞춘다. 리더의 지시에 일방적으로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대안과 보완, 때로는 반대를 함으로써 조직이 지속가능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우리는 리더가 영향력을 행사하면 팔로워는 저절로 따라오는 종속적 관계로 보고 리더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접근으로는 조직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조직의 진정한 리더로서 팔로워의 역할을 인식하고, 조직원이 훌륭한 팔로워십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4차 산업혁명의 초 경쟁 시대에 성공하는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재현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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