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성악가
박영선 성악가
어느 젊은 남자가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지하철에 들어왔다.

잠시 후 조용하던 지하철이 아수라장이 됐다. 2살, 3살된 아이들이 정신 없이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고있었다. 다들 눈살만 찌푸리는데 이윽고 한아주머니가 아이들을 제지하지않는 그들의 아빠를 향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충고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변호사를 만난 듯 한마디씩 거들며 한숨과 지탄을 더했다.

그러자 잠시 후 느린 동작으로 그들의 아빠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천천히 입을 뗐다.

"죄송합니다.. 애들 엄마를 산에 묻고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직 정신이 없고 기운도 없어서..정말 죄송합니다..."

모두가 조용해졌고..

오래전 들은 이 이야기는 내가 살면서 남에게 섭섭함을 느낄 때 "반드시 무슨이유가 있었을거야"로 적용하곤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세상은 오해투성이다. 사람은 다 다르다.

선입견, 관점 또한 살아온 각각 다른 인생경험을 통해 한사람도 똑같은 사람은 없다.

나와 같은 잘못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질감적인 잘못에 대해서는 이해조차 하려하지 않을 수 있다.

성급한 오해에서 반성과 헛웃음이 나온 적도 우리 모두는 경험하지만 감정이 앞선 모든 판단은 때때로 시간을 두고 지혜로움을 요구한다.

자기와 공통분모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람은 다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이므로 농담으로조차도 의도적인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한다.

인생을 살아보니 내가 좀 손해 본 듯한 상태가 남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코르(equal)가 됨이 지극히 정답이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 지휘자이신 나의 은사님께서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친한 타과교수님과 가셨을 때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 친구교수가 하도 신기해, 자네는 어느 부분에서 그리 감동을 받았는가의 답변에 "현파트의 그많은 단원중에 한명도 반대로 활을 긋는 사람이 없이 동시에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게 가장 감동적이었네.."라는 말에 좀 허탈했지만 동상이몽은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5일 후면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미완성으로 태어나 뭔가 형체를 만들어나가는 서로를 기특하게 생각하며 나의 인생이 쉽지 않았듯이 다른 사람 인생 역시 힘든 관문을 통과해대고 여기까지 왔음을 인정해주고 몇 초의 눈빛으로라도 끄덕거려주고 공감해주고 박수쳐주는 연말이 되길 바란다.

가까운 사람부터 우리는 배려하고 따뜻하게 대하여 오해가 이해로 바뀌어가는 5일간의 브릿지가 되길 소망해본다.

아듀2019!

박영선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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