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이후 처음 받아보는 상입니다. 이 소설책을 책장에 묵혀 놨다가 다시 꺼내보는 독자들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기분 좋습니다."

충청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최학 소설가(69)가 국내 최고의 상금을 자랑하는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최 작가는 우송대 교수 은퇴 후 논산 연산면에 텃밭이 딸린 소박한 작업실에 내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올해 초 펴낸 것이 바로 이번 상의 영예를 안겨준 809쪽 짜리 장편역사소설 `고변`이다. 고변은 `반역 행위를 고발한다`는 뜻으로, 1589년 정여립의 역모사건과 기축옥사(己丑獄事)를 소설로 재구성했다.

25일 논산 연산면의 텃밭이 딸린 소박한 주택에서 만난 최 소설가는 40년 전 만난 故김용덕 중앙대 교수를 떠올렸다.

그는 "40년 전, 김용덕 교수가 생면부지의 서른살 최학을 불러내 기축옥사 관련 논문을 건내준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연구자들이 못한 일을 소설가는 할 수 있다며 이 사건을 소설로 써줄 것을 부탁 받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펜을 들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렸다. 소설의 서문에만 이퇴계, 이율곡 등 역사적 인물 69명에 대한 소개가 55쪽에 걸쳐 이어질 만큼 방대한 역사를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적 사실을 하나하나 고증하는 과정이 간단치 않았다"며 "뜻밖에 인터넷이 돌파구가 됐다. 조선왕조실록이 온라인 상에 데이터베이스화돼 소설을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 소설가는 마지막으로 작은 소망을 전했다.

"지금 우리나라 소설책 아무도 안 읽습니다. 고변의 독자도 몇 만명으로 한정돼 있다고 봅니다. 그중에 1000명만 있어도 만족합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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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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