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단일 선거구인 세종시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 단독 지역구다. 19대 총선 때 세종시가 배출한 1호 국회의원이 이 대표이고, 20대 총선 때도 낙승해 7선 고지에 올랐다. 이 대표는 내년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에 불출마한다. 작년 당 대표 선거 때 20년 민주당 집권론을 설파하면서 불출마 카드를 빼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내년 세종시 총선은 현역 의원 아성이 소멸되는 가운데 치러진다. 무주공산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는 정치적 의미에서 세종시의 변곡점일 수 있다. 지역구 논리로 보면 세종시는 `포스트 이해찬` 시대로 진입한다. 이 지점을 감안해 내년 세종시 총선을 지켜보면 흥미가 배가될 듯 싶다. 세종시에 관한한 이 대표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강력한 동력전달원이었다. 정치 이력, 선수, 여권내 입지 면에서 그는 최대 교집합 같은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이탈해도 여야 어느 쪽에서든 대체 인물은 탄생하게 된다. 정치적 체급 측면에서 이 대표 빈자리를 온전히 메울 수 있을지 확언하기는 어렵다. 엄밀하게는 일정 정도 힘의 진공 상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리고 누굴 뽑아도 십중팔구 초선 의원 신분으로 국회에 입성한다고 봐야 한다.

다른 시각도 있을 수 있다. 이 대표가 힘 있는 정치인인 것은 맞고 세종시가 음으로 양으로 덕을 본 것은 인정된다. 그런 이 대표지만 뜻대로 의지대로 이루지 못한 게 없는 게 아니다. KTX세종역 설치 공약이 한 예라 할 수 있다. 이 사안을 두고 유관 지역민들의 비판론이 끊이지 않았다. 끄는 힘이 세도 붙잡는 힘이 대항력을 유지하면 그 정책은 겉도는 운명을 맞게 되는 이치다. 최근 대안 수준에서 경부선축 ITX에 접목하는 방안이 부상하는 형국이다. 다만 두 정책적 선택지간의 등가관계 성립 여부는 별개 문제라는 지적이 있긴 하다.

이것말고도 이 대표라는 핵우산 속에서 놓여있는 핵심 정책들은 꼽기 나름이다. 세종의사당 건립 문제만 해도 이 대표 찬스 효과를 본 경우라 할 수 있다. 여당 대표를 맡기 훨씬 전에 그는 이미 세종의사당 설치 규정이 명시된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놓았다. 그 연장선에서 내년 예산안에 설계비가 반영된 사실은 미진하나마 유의미한 시작점일 터다. 하지만 시원한 진척을 보지는 못했다. 발사체(여당)와 운반 추진체로서의 로켓(이 대표) 궁합까지는 무난했지만 탄두(국회법안)를 제도권에 안착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세종시는 여전히 미완의 행정수도이다. 균형발전, 자치분권으로 대변되는 가치 실현을 위한 단절 없는 추동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며, 그 책무성은 이 대표 선거구를 승계하게 될 뉴 페이스들 몫이다. 그런 만큼 내년 세종시 총선 향배는 이 대표 이후를 함의한다는 점에서 중요 관전포인트다. 세종시민들은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가 얼마나 백업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세종시 총선을 앞두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이런 불확실성을 떠나 세종시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가오`가 서려면 정치 리더십이 검증된 인사여야 하지 않느냐는 기류도 포착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주자급이나 당대표급간에 대진표가 짜여질 수 있다면 두 말할 나위 없다. 여의치 않을 때는 전략공천, 단수공천 방식도 있다. 쓸 만한 인재들을 발굴해 세종시에 출전시키려면 검토해볼 만한 옵션이다. 개인사적 성장 스토리에다 미래가치까지 겸비돼 있으면 더 좋다. 그 정도는 돼야 상당한 메시지 발신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한가지 더, 지역민들의 전략적 투표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된다. 선거구 획정으로 의석 2개로 분구되면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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