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서종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372쪽/ 1만 7500원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올 6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도시계획 현황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의 92%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이 인구 1000만 명을 넘긴 것이 1988년의 일이다. 오로지 성장이 정답이었던 도시 계획의 결과는 현재 치솟는 임대료에 작은 가게들이 사라지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집단이 어울릴 만한 장소도 없으며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동체라 할 만한 것도 마땅치 않다.

현대 도시가 안은 문제들은 경제, 문화, 개발과 보존, 환경과 재난, 인구, 교통, 치안 등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 모든 변수가 어떻게 얽혀 어떤 현상으로 나타나는 지 고려하지 않고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보기가 어렵다.

투명한 막으로 단절된 공간이자 커뮤니티의 상징, 도시는 과연 탈출해야 할 곳일까.

미국 브루클린의 어느 도서관을 방문한 저자는, 소외된 노인들이 도서관 커뮤니티룸에 모여 볼링 경기를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본다.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말한 `제3의 장소`와 에밀 뒤르켐이 말한 `집합적 열광`이 교차하는, 희망의 순간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회는 건물처럼 설계될 수 있다`고 믿게 된 저자는 앞으로 민주사회가 이처럼 작은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공동의 장소나 필수적인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공간들을 기반으로 건설될 것이라 말한다.

나아가 가상의 온라인 공간이 아닌 실재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학적, 철학적, 건축학적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또 버려진 건물들의 관리 여부와 주변 폭력 사건 증감과의 관계, 카페나 녹지의 수가 범죄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 소규모 학습 공동체 형성으로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학생 범죄를 감소시킨 사례, 공동체 텃밭과 농장을 지어 지역민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관광자원으로도 발전시킨 사례, 평시에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공원과 광장이 재해 시 어떻게 주민 보호시설의 역할을 수행하는지 등 독자의 이해를 도울 전 세계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담론을 제시한다.

지금 우리는 개인의 고립과 집단의 분열, 계층의 양극화로 상징되는 현대 도시를 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도시에 대한 올바른 비전과 정책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지금,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게 해준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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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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