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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18세기 자동인형과 AI

2019-12-24 기사
편집 2019-12-24 07: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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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한돌과 가졌던 은퇴대국은 결국 AI의 승리로 끝났다. 이 9단이 3차례 승부에서 1승2패하며 결론적으로는 AI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이 승부는 학습되지 못한 데이터에 대한 응용력 저하라는 AI의 한계점 등을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이세돌 9단에 대한 한돌의 우승은 AI가 가져다줄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시나리오들을 가시화해주는 사례라고도 말한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을 하고, 퇴근하면 요리와 청소를 도와줄 로봇이 상용화된다고 하니 우리의 미래는 그야말로 장밋빛인 듯하다.

미술의 역사에도, 오늘날의 로봇과도 같은 '그림 그리는' 화가 기계인형이 18세기에 등장했다. 흔히 '오토마타(automata)'라 부르는 자동기계 중 하나였던 그림 그리는 화가 기계인형은, '글쓰는' 자동인형, '건반악기를 연주하는' 자동인형을 제작하여 세간의 이목을 받았던 스위스인 피에르 자크 드로가 제작한 것이었다.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장치의 이 인형들은 실제 사람과 같이 팔과 눈동자, 머리, 손가락을 움직인다.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한 화가 인형은 손에 연필을 쥐고 루이 14세와 앙트와네트의 초상을 그린다, 가끔은 입김을 '훅'하고 불어 연필가루를 날리기도 한다. 글씨 쓰는 인형은 펜을 들고 잉크를 묻힌 다음, 40여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문장을 쓴다.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악기를 연주하며 고개를 까딱이고, 숨을 쉬듯 가슴을 들썩인다.

이렇게 18세기에는 기계를 이용해 살아있는 생명처럼 보이는 자동기계인형을 만드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 이는 인간의 이성(理性)을 중요시하고 이성의 산물인 과학으로 완벽한 인조인간, 유사인간을 만들 수 있었다고 믿었기에 더욱 자동인형에 집착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세 인형 중 글씨 쓰는 자동 기계인형이 쓸수 있는 문장 중에는 철학자 데카르트가 했던 유명한 말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생각'과 '사유'만이 인간의 근거가 되는 가장 기초적인 명제임을 천명한 데카르트의 말을 인간처럼 보이는 자동인형이 쓰고 있는 장면이라니!

최근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2016년 미국의 독립언론 '프로퍼블리카'는 미국 여러 주 법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알고리즘 콤파스(COMPAS)가 흑인을 차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콤파스는 피고의 범죄 참여, 생활 방식, 성격과 태도, 가족과 사회적 배제 등을 점수로 환산해 재범 가능성을 계산해 판사에게 구속 여부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다. 콤파스는 인종을 변수로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흑인의 재범 가능성을 백인보다 2배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흑인들의 무고한 수감으로 이어졌다.

AI의 현재 알고리즘이 공정하거나 윤리적이지 못하다는 증거들은 여러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안면인식시스템 기술은 인종에 대한 편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며, 거대한 온라인 기업 아마존의 채용 알고리즘은 여성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의 역량과 도덕성은 똑같이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생각'과 '사유'가 인간 존재의 근거임을 천명했던 데카르트도 자동기계인형에 집착했던 기계광이자 합리주의자였다. 오늘날 우리가 AI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돌아봐야 한다.

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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