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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100년 집권' 과장된 구호일까

2019-12-20기사 편집 2019-12-20 07: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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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공수처 추진 등 밀어붙이기

첨부사진1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정권을 빼앗기고 나니 우리가 만든 정책노선이 아주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봤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민주당 창당 기념식에서 밝힌 장기 집권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이유다. 그는 올해 초에는 21대 총선 압승과 차기 대선 재집권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100년 집권' 비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총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에 여당 당대표를 지낸 정치인을 기용한 것이다.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패스트트랙 즉, 선거법 개정과 공직비리수사처 도입 추진 등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장기 집권론은 과장된 구호만은 아닌 것 같다.

정당이 장기 집권을 위해선 확실한 국가 비전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국정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야의 극한 대립 속 정치는 실종되고 '조국 사태'에서 보여주었듯이 극심한 진영 갈등으로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흥미로운 건 이런 위기 상황에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0%대에 육박하는 등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결정되기 전에 이미 민심을 잃고 제왕적 대통령 자리에서 수직 추락한 것과 대조된다. 문 대통령의 정국 주도의 원천은 대중의 자발적 동의(同意), 즉 헤게모니(hegemony·패권)이다. 이탈리아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던 그람시(A. Gramsci)는 헤게모니를 시민들의 자발적 동의와 국가기구의 강제력을 합쳐 정치적 지배를 굳히는 능력으로 보았다. 이러한 동의는 대중들의 신념과 가치, 신화(Myth) 등 이데올로기에 의해 견고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의로운 정부'라는 신화를 만들어 가는 동시에 자유한국당을 '친일 수구', '적폐 세력'으로 낙인찍는 전략을 취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겠다고 밝혔듯이 정의와 평등이라는 신화는 헤게모니 전략의 핵심이었다. 신화는 한 사회의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담론을 생산하고 유포하는 수단이다. 구조주의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는 신화를 하나의 기호로 접근했다. 그는 신화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믿게 만드는 잘 짜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신화가 사람들로부터 정당성을 얻기 위해 기호화 과정을 거친다고 보았다. 기호의 의미에 이데올로기가 개입하면서 기호는 마침내 신화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정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유재수 감찰 무마'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청와대 인사비리 등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감찰 중단에 대해 "비위 근거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고, 앞서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선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라고도 주장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폭로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강변했다. 이전 정권에 대해선 거침없던 잣대가 왜 자신들을 향할 때는 달라져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남을 대할 땐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땐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는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사자성어가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당정이 할 일을 제대로 하면서 장기집권을 외친다면 따로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외교는 불안하며 사회적 갈등은 증폭되고 있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시기에 집권 여당이 20년, 50년 100년 장기 집권론을 얘기하는 것은 오만이며 시기적으로도 적절치도 않다. 무엇보다도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세 차례 잇달아 패배한 자유한국당이 뼈를 깎는 자성과 환골탈태를 통한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채 여권의 '장기 집권론'에 힘을 보태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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