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홍보실장
정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홍보실장
원격탐사는 주로 해양학에서 많이 쓰이는 과학의 한 방법이다. 원격지에서 센싱을 통해 정보를 얻는 기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은 최근 이 원격탐사 방법을 통해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녹조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해마다 봄철만 되면 강, 호수 등이 `피코시아닌`이라 불리는 녹조류의 대 번성으로 수괴가 통째로 녹조라테처럼 변해 골치가 아프다. 특히 녹조는 반복해서 발생함에 따라 정확한 판별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려 예측하기란 더욱 어려웠다.

이젠 강이나 호수의 사진을 수백 미터 상공에서 촬영만 하면 실시간 조류의 상태를 알게 되는 길이 열렸다. ETRI 연구진은 지난달 국민의 식수원보호와 환경오염에 직결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녹조현상을 조기에 탐지 가능한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따라서 향후에는 녹조의 신속 감지와 확산추세 예측도 가능해 녹조에 대한 대응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바로 초분광(超分光) 카메라 기술 덕분이다. 초분광이란 빛의 3원색(R·G·B)만 구분하던 일반 영상과 달리 대상물이 가진 고유한 빛의 흡수 영역대(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영역)를 200개의 파장으로 잘게 쪼개 나누는 기술이다. 이로써 녹조의 고유한 파장 대역을 선택해 녹조 발생 여부의 확인이 가능하다. 마치 빛의 스펙트럼처럼 색상을 분해해 고유의 파장을 잡아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녹조가 예상되는 대청호를 대상으로 드론을 띄워 초분광 카메라로 촬영해 실시간 수괴의 녹조 번성 여부를 빛의 색상분해를 통해 실시간 분석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녹조를 일으키는 조류를 90% 이상 높은 정확도로 감지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젠 대청호에서 직접 물을 떠서 관찰하지 않고 드론 촬영만으로도 녹조 여부를 판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녹조 발생 여부를 알려면 시료 채취, 분석에만 이틀 이상이 소요됐다. 하지만 초분광 카메라를 활용하면 촬영화면만 분석해도 녹조 발생 여부를 알게 된다.

기존에 개별 지점의 녹조 발생만 알 수 있었다면, 드론 촬영을 통해 이젠 수역 전체의 녹조 분포도 한눈에 파악이 가능해 졌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을 통하면 녹조가 향후 어떤 방법으로 확산할지도 정확한 예측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초분광 카메라와 각종 분석 장비의 국산화를 통해 데이터를 꼼꼼하게 축적한 뒤 녹조의 예측 연구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수괴가 현재 녹조의 전 단계인 주의 단계인지, 경고단계인지 대번성 단계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향후 본 기술은 다양한 응용도 예상된다. 해양에서의 적조예측도 가능할 것이고 카메라로 사람의 얼굴을 촬영하면 피부의 수분측정도 가능해 노화의 진행상태, 어패류 및 육류의 신선도 측정도 가능하다. 대규모 농장에서도 병충해 분석이 가능해져 생산량 예측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2월 중 출시가 예정된 국내 최신모델 스마트폰에 분광기가 탑재된다는 소식으로 인터넷이 뜨겁다. 물론 빛의 영역을 몇 개 정도로만 나눈다는 소문이다. 이런 기술로 말미암아 우리 가정에도 머지않아 또 하나의 가전이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집집마다 분광기를 구입해 활용하면 다양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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