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산다] 성영희 지금/실천문학사/141쪽/ 1만 원…[지극해서 아름다운] 김정아 지음/천년의시작/288쪽/1만 4000원

대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2인의 신간이 출간됐다.

충남 태안 출생으로 201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성영희의 시집 `귀로 산다`와 2000년 등단해 시와 수필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 김정아의 수필집 `지극해서 아름다운`이다.

먼저 성영희 시인은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지 2년만에 두번째 시집 `귀로산다`를 펴내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바위를 파고 듣는 미역줄기들/견내량 세찬 물길에 소용돌이로 붙어살다가/12첩 반상에 진수(珍羞)로 올려졌다고 했던가/깜깜한 청력으로도 파도처럼 일어서는 돌의 꽃/귀로 자생하는 유연한 물살은 해초들의 텃밭 아닐까/미역을 따고 나면 바위는 한동안 난청을 앓는다(이하생략)"-귀로 산다

정 많고 근심 많은 성영희 시인은 일상 속 작은 사물과 사람들에게 따뜻한 배려의 시선을 보낸다. 시집에 수록된 여러 시들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 소청도로 돌아간 친구처럼 정든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과 배려를 노래한다.

특히 작품 `꿈틀,`에는 이러한 시인의 가치관이 자연적인 물상들과 인간과 우주를 하나로 통합하는 드넓으면서도 날카로운 은유적 상상력에 힘입어 응집되어 있다. 이 시에 나오는 물상들은 오이부터, 밭고랑도, 어머니의 허리도 모두 `휘어져` 있다.

시인은 저자의 말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 들리지 않는 것, 만져지지 않는 것들이 문득문득 시를 데려왔다"고 말한다. 이는 곧 타인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것들이 시인에게는 고스란히 보이고 들리고 만져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성영희의 시세계가 더욱 따뜻하게 여겨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정아 시인의 수필집 `지극해서 아름다운`은 유년의 기억과 상처와 결핍이 낳은 성장의 기록이다. 김정아의 수필은 유년의 체험과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자신을 성찰하고 변화하려는 삶의 태도가 강렬한 의지와 만나 깊은 울림을 준다. 견디고 버텨내며 지나온 고비마다 그 상처들을 충실히 기록했다. 상처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제의 나를 반성하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려는 한 인간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삶의 기록도 담겨있다. 수많은 고비 속에서도 삶의 본질을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며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요컨대 이번 수필집은 딸, 아내, 엄마, 며느리 등 가족 관계에서 경험한 시간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재하고자 노력했던 삶의 궤적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하는 작가의 몫을 충분히 해낸 셈이다.

시인의 가슴에 상처이자 한으로 남아있던 소녀는 이제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워 누군가의 차가운 가슴을 향해 뜨거운 첫발을 내딛는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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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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