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건축을 전공한 많은 이들은 한국의 아름다운 건축물중 하나로 종묘를 꼽는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인한 사당으로 유교적 왕실제례문화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 돼있다. 종묘에는 조상들의 신주를 모신 정전의 웅장함과 위엄함으로 신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종묘를 아름다운 건축물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정전 앞 월대에 있다. 월대는 넓은 기단형식의 대(臺)로 비워진 마당이다. 죽은자들의 공간에선 1.5m 내려와 있고, 산자들의 공간에선 1.5m 올라와 있다. 산자와 죽은자가 공존하는 매개적공간으로 월대는 우리에게 경건한 공간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르 토로네는 작고 오래된 수도원이며 작가 미상의 건축물이다. 새하얀석회암, 테라코타지붕, 종탑, 주변의 빽빽한올리브나무와 햇빛, 건축을 알지 못하는 여행객들도 르 토로네에 들어선 순간, 벽돌사이에 쌓인 시간의 켜와 회랑으로 흘러드는 고요한 성가와도 같은 빛은 우리를 사색과 오래된 시간속으로 끌고 들어가 수도자가 된 듯한 동화감을 느끼게한다.

"이 진실과 고요와 강인함의 건물에서 빛과 그늘은 스피커와도 같다." 근대 건축의 거장인 르 꼬르뷔제는 르 토르네를 보며 이와같이 말하고 이 수도원을 모티브로 그 유명한 라뚜레뜨수도원을 설계했으며, 그 이어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회자되는 롱샹성당을 설계하게 된다. 60대 후반에 설계된 롱샹의 기하학과 빛의 모음을 보면 필자도 60대 후반안에 저런 아름다운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자못 회의감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무엇일까! 오래전 출퇴근길에 보았던 미완성된 건물이 어느날 잡지 속 아름다운 건축물로 명명된 것을 보고 자신의 심미안에 웃음이 나왔다는 지인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볼 수 있는 외장재로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건축물이었다. 건축을 알기 위해선 여행과 사람을 많이 관찰하라고 건축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말하곤 한다. 낯선 형태의 모르는 집과 사람들의 생활이 신기하고, 같은 듯 다른 건축물속에 있으면 그 지역, 그 나라의 문화에 빠져들게 된다. 커다란 광장안의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사람과 공기를 느껴보라. 우리가 살고있는 곳으로는 가져올 수 없는 그곳의 문화, 관찰자의 입장에서 여행하다 보면 여행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건축은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연히 만나는 경관, 공간, 장소는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건축은 논리가 없으면 애초부터 세워질 수 없다. 기초와 기둥, 보같은 구조는 반드시 합리적이어야 한다. 건물이 지탱되며 공간의 크기나 기능 또한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좋은 건축일수록 그 논리가 명확한데, 그 논리를 잘 살펴보면, 그중심에는 인간이 서있다. 그 논리가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건축안에 인간이 없다면 과연 남는것은 무엇일까. 월대의 비워진 마당이나, 르 토로네의 빛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그 공간이 주는 경건함에 감흥을 받아서 인 것이다. 서울 용산에 지어진 아모레퍼시픽은 주변의 경관을 해치지않고 직원들의 외부공간을 커다란 보이드로 조형성과 함께 내부에 계획함으로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 아파트단지의 경계를 허물고 단지안의 정원을 공원으로 공유함으로써 함께 사는 동네를 만들자고 말하는 건축인들이 늘어나는 것도 건축이 만들어내는 인간의 사회적경계를 파괴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리라. 건축에서의 아름다움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건축으로, 내자신이 건축물과 반응하며 느껴지는 감흥에 따라 정의 내려질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무엇일까! 건축을 아는 만큼 그 아름다움의 깊이를 더하지 않겠는가. 건축은 관찰자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사람의 삶과 그 시대의 사회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축의 아름다움은 사람의 삶과 사회상이 반영하여 만들어내는 감흥일까! 아는 것이 다는 아니고 진실이 모든 것은 아니듯, 아름다움 또한 앎과 진실 넘어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여전히 나는 건축의경계상에서 헤매고 있다.

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