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가계는 물론 경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득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증가속도다. 소득이나 경제성장률보다도 가계부채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어제 발표한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평균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3.2% 증가한 7910만 원으로 집계됐다. 소득이 증가하고 경제도 성장하면서 빚이 느는 것은 자연스럽다. 올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3% 이상 증가는 그냥 넘길 상황이 못 된다. 그렇지 않아도 투자와 수출이 부진한데 가계부채까지 늘면 누가 보더라도 걱정이 된다.

지난 1년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3위에 기록될 정도로 심각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한국의 명목 경제성장률(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9%로 43개 조사대상국 중 8번째로 높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도 2.6%포인트로 홍콩, 중국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지난 1년만 그런 게 아니라 2010년 3분기 이후 9년 연속 가계부채가 경제성장률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높은 건 물론이고 증가속도마저 성장률을 웃돌고 있다는 얘기다. 갚을 능력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땐 연체나 가계 부실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소득이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계부채가 늘수록 소비가 위축되고 매출 부진으로 인한 기업 실적악화로 이어질 수가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8%였던 민간소비가 올핸 2.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2.4%를 기대했던 올 경제성장률 목표를 2%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저성장, 저물가의 침체 국면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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