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3위에 기록될 정도로 심각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한국의 명목 경제성장률(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9%로 43개 조사대상국 중 8번째로 높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도 2.6%포인트로 홍콩, 중국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지난 1년만 그런 게 아니라 2010년 3분기 이후 9년 연속 가계부채가 경제성장률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높은 건 물론이고 증가속도마저 성장률을 웃돌고 있다는 얘기다. 갚을 능력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땐 연체나 가계 부실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소득이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계부채가 늘수록 소비가 위축되고 매출 부진으로 인한 기업 실적악화로 이어질 수가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8%였던 민간소비가 올핸 2.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2.4%를 기대했던 올 경제성장률 목표를 2%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저성장, 저물가의 침체 국면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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