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출장

홍민정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파트장
홍민정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파트장
간호사는 질병이나 갑작스런 사고로 건강상의 문제를 겪는 환자들을 돌보는 전문가다. 직업상 강인한 정신력과 모두가 잠든 밤을 이겨낼 수 있는 체력, 전문 지식 등을 바탕으로 늘 완벽을 추구한다.

생명을 다루는 간호를 행함에 있어 얼마나 많은 인내와 이해를 필요로 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 모두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스스로의 감정을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기고, 오로지 도움이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해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더 많은 빈도로 스트레스나 박탈감, 무력감, 소진 등을 경험하게 된다. 간호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휴식이 간절하고 잠시 일을 멈추고 힐링 할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다.

병원 외상중환자실 파트장이라는 임무를 맡은 지 올해로 만 4년. 파트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중압감에 짓눌릴 즈음 좋은 기회가 왔다. 독일과 스웨덴에 있는 의료기관들을 벤치마킹 하게 된 것이다.

업무상 출장의 개념이었지만 필자에겐 선물과도 같은 일정이었다. 먼저 견학한 곳은 독일의 울름 대학병원이었다. 우리나라 대학병원들은 고층 건물이 많지만 이곳은 대지 면적이 넓은 단층 건물이었다.

병원에 들어서니 미술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적하고 깨끗한 로비와 은은한 조명은 온화함을 주었고, 환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동선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또 환자안전이 최우선임을 강조하듯 곳곳에 설치된 안전바도 인상적이었다. 환자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살펴보고 부서별 필요 물품들을 어떻게 정리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코스는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이었다. 이곳에서는 유독 병원 조경을 잘 가꿨다는 느낌을 받았다.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들이 병원에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소독 장비들이 기계식으로 잘 정비됐고 감염 관련 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두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곳이 아닌, 환자의 안녕과 최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공들이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간혹 부러운 점도 있었지만 우리의 환경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의료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어 굉장히 뿌듯했다. 덧붙여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병원 직원들의 밝은 얼굴과 여유로운 걸음걸이였다. 이는 본인이 속해있는 기관에 대한 만족감 또는 자부심으로까지 느껴졌다.

간호는 `다쳤거나 앓고 있는 환자나 노약자를 보살피고 돌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녔다. 환자를 내 가족처럼 돌보는 일이 어렵고 고되기만 할 거라고 생각들 하지만, 항상 힘든 것만은 아니다.

돌봄을 받고 완쾌해 직접 고마움을 표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보며 보람도 많이 느낀다. 가끔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이번 출장을 계기로 잠시 업무현장을 떠나보니 필자에게 주어진 간호사라는 직업, 그리고 필자가 속한 을지대학교병원을 더욱 아끼고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좀 더 잘 해보자, 마음속으로 거듭 다짐해본다.

홍민정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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