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대중문화에서 단골 소재로 나오는 `미슬토`. [이미지 합성]
외국 대중문화에서 단골 소재로 나오는 `미슬토`. [이미지 합성]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아요. 눈이 오기를 바라지도 않아요. 나는 그저 미슬토(Mistletoe) 아래에서 기다릴 거에요."

매년 12월이면 거리, 가게마다 울려퍼지는 미국의 유명 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가사 중 한 구절이다. 사랑에 빠진 한 여자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쌓인 선물도, 흰 눈도, 벽난로 위의 양말도 아니다. 그저 사랑하는 이가 올 때까지 미슬토 밑에서 한없이 기다릴 뿐이다.

미슬토는 `겨우살이`라는 기생관목으로, 이맘때쯤 서양권에선 문 위나 안쪽에 미슬토를 장식해둔다. 이 밑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입을 맞춰도 되는 풍습이 있어 대중문화에서 빈번하게 소재로 사용되곤 한다.

겨울철 대표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도 자신의 상사를 짝사랑 중인 여자가 "누군가가 입 맞춰주길 바라며 미슬토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도 해리는 미슬토 장식 밑에서 첫키스를 나눈다.

미슬토와 낭만의 연결고리는 북유럽 신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신들의 왕인 오딘과 여왕 프리그에게는 아들 발두르가 있었는데, 그는 언젠가 죽게 된다는 예언을 듣게 된다. 아들을 사랑해 마지않던 프리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발두르를 해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지만 미슬토는 너무나도 하찮아보여 무시했다. 이 사실을 안 장난의 신 로키는 미슬토로 창을 만들어 발두르를 살해한다. 이때 흘린 프리그의 눈물은 미슬토의 열매가 된다. 결국 발두르를 부활하지만 프리그는 이후 미슬토를 사랑의 상징으로 정하고 그 밑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입을 맞춰줬다.

이렇게 성스러운 허브로 여겨지던 미슬토가 어떻게 크리스마스 장식품이 됐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이 밑에서 키스를 하는 풍습은 18세기 경 영국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하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것이 나중에는 중산층에도 번졌다. 미슬토 밑에서 키스를 거부하면 악운이라고 여겨지고 입맞춤을 나눈 남녀는 미슬토의 열매를 하나씩 따먹어야 한다. 열매가 다 사라지면 더이상 키스를 나눠야만 하는 미슬토의 `마법`이 사라진다.

미슬토는 다발로 묶어 거꾸로 매달아 두거나 원 모양의 리스로 만들기도 하며,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어 서양권에선 빠질 수 없는 크리스마스 장식품으로 손꼽힌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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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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