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0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47.4%는 내년 주된 경영계획 기조로 `긴축경영`을 꼽았다. 이 기업들은 생산 규모 축소, 자산 매각 등 기업 활동 자체를 줄여나가는 방식보다는 원가 절감, 인력 부문 경영합리화 등 내실을 다져 버텨보자는 방식을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식으로 예상되는 불황의 파고를 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수입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된다. 어차피 국내에서 생산이 안 되거나 구매비용이 비싼 품목은 해외에서 값싸게 들여와 완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게 필요불가결하다.
대전·세종·충남지역 중소기업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들어보면 해외 수입선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 원자재 조달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는 하소연이 많다. 중소기업이 원하는 원자재를 제때, 저렴한 가격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정부의 글로벌 수입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자재 수입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더 확충해 정확하고 충실한 정보를 업계에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공적개발원조(ODA)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지원, 교육·훈련시스템 개선 지원과 연계해 다른 국가보다 원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수입할 수 있는 체제 구축에도 나서야 한다.
주요 교역대상국과 무역 불균형 해소 측면에서도 수입에 각별한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아세안 10개국과 교역에서 405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올렸다. 제3위 수출시장으로 떠오른 베트남과는 29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많이 밑지는 교역을 좋아하는 나라는 없다. 무역 1조 달러의 위상에 맞게 현재 소비재 상품 위주의 수입박람회를 원자재까지 폭을 넓혀 통상 압력을 낮추고 구매사절단 파견을 늘리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세계를 수입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수출한다`는 말처럼 수입은 수출과 함께 한국경제호(號)를 이끌어가는 엔진이다. 엔진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의 지혜를 한데 모을 필요가 있다.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