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 내부에 비슷한 조직 있다는 점에서 한지붕 두가족 등 비효율적 행정 지적

- 시, 지역 과학기술 및 신산업육성 정책 수립 등 싱크탱크 역할 수행할 것

대전시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을 전담할 `대전과학산업진흥원(DISTEP·이하 진흥원)` 설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청 내부에 과학산업분야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음에도 수십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 공공기관을 추가로 세워야 하냐는 것에 대한 의문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향후 진흥원 조직 구성원으로 공직자 출신이 흘러갈 수 밖에 없어 자치단체장의 자리 늘리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2일 시에 따르면 내년 10월 개관 목표로 진흥원 설립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흥원 조직은 원장을 포함해 총 25명 규모(4개팀)로 예정하고 있다. 시 공직자 2명 파견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7명 가량 파견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또 대전테크노파크에서도 전문인력을 수혈할 예정이다. 시는 내년도 진흥원 운영비로 32억 원을 투입해 대전형 과학 산업 기획·육성 전담기관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지역 과학기술 및 신산업육성 정책을 수립하고 전략을 세우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기술 수요예측, 지역 R&D 투자계획 수립, 국가·지역 신성장동력 사업기획·정책개발 기능을 맡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분야에 전문성이 떨어져 국가 공모사업에 체계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도 시가 밝힌 이유다.

하지만 진흥원 설립은 시 내부 조직과 중복된다는 점에서 필요성에 의문이 나오고 있다. 시는 지난해 조직진단을 통해 올 초 과학산업과, 미래성장산업과, 에너지산업과 등 3개 전담 부서를 둔 `과학산업국`을 신설했다. 국 신설 이유로는 과학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의 업무를 수행하는 진흥원 설립에 대한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흥원은 그동안 과학분야 업무를 수행해온 대전테크노파크,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대전경제통상진흥원과의 업무 연관성도 큰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출자·출연기관은 상위기관의 조직확대나 채용비리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최근 시 산하 출연기관에서 직원채용 비리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또 퇴직을 앞둔 공직자들이 산하기관으로 재취업하는 사례 역시 악용될 우려가 크다.

시 내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과학도시를 자처한다는 대전시가 서울과 부산, 광주, 경기 등에 이어 과학산업진흥원을 설립한다는 건 따라하기 밖에 안된다. 자리 늘리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지자체 자체 경쟁력을 위한 출자·출연기관 설립을 막을 수는 없지만, 설립 타당성 및 검토를 제대로 거치치 않은 상태라면 부작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대전이 과학도시라고 하긴 하지만 과학기술발전에 대한 정책 수립, 국가 공모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데 힘이 약한 게 사실"이라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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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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