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보무당당하던 한 기업이 납작 엎드려 있다. 임직원이 승진·이동하는 연말 인사철인데 조용하기 그지없다. 대표가 영어(囹圄)의 몸으로 재판에 넘겨지는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았으니 그럴 법도 하다. 배임수재,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지난 9일 구속기소된 조현범(47)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바라보는 지역의 시각은 복잡미묘하다. 타이어 업계 국내 1위이자 글로벌 7위의 대기업이 지역과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남의 일만은 아니다.

대전 대덕구 목상동에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이 있다. 축구장 48개를 합친 34만 2000㎡ 규모로 1979년 준공돼 연간 17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충남 금산 제원면에선 대전공장의 배를 훌쩍 넘는 금산공장(87만 2000㎡)이 1997년부터 돌아가고 있다. 타이어 2000만 개가 여기서 나온다. 대전·금산은 한국타이어의 생산 전초기지다. 최근엔 두 공장에 3100억 원을 투자해 시설을 현대화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16년 10월엔 대전 유성구 죽동에 9만 6328㎡ 면적의 테크노돔이 들어섰다. 혁신적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는 연구 메카다. 글로벌 기업의 브레인과 수족이 모두 대전·충남에 있다. 대전과 금산공장에 각 2400명, 테크노돔에 800명 등 모두 5600명이 일하고 있다. 9월 30일 기준 전체 임직원 6764명의 82.8%에 달한다.

충남 태안에는 126만㎡ 규모의 타이어 성능시험장(Proving Ground)을 짓고 있다. 테크노돔에서 개발한 최첨단 타이어 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한 곳이다. 2000억 원을 들여 2021년 완공 예정이다. PG까지 더해지면 대전·충남은 타이어 제품을 기획·연구개발, 성능·품질을 시험, 생산하는 한국타이어 내 가치사슬의 최고 정점에 올라서게 된다. 조 대표는 뒷돈으로 6억여 원을 챙기고 회삿돈 2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보도에 따르면 혐의 발생금액은 약 8억 원이나 이는 공소장을 통해 확인한 금액은 아니며 회사와의 관련성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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