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그제 밤,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비가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설계비 10억 원에 담겨 있는 정치적 함의는 각별하다. 정부 예산 사업 영역으로 수렴됐다는 것은 세종의사당 설치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말마따나 `행정수도 완성의 마중물`이라 할 것이고, 나아가 여야 정치권은 이를 신호탄으로 국회법 개정이라는 실질적인 법제화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책무성이 더 무거워졌다.

세종시는 어느 정도 착근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부처를 필두로 세종시 이전 중앙행정기관들도 상당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전입 인구수의 폭발적 증가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회와 정부 부처 소재지의 이원화로 인한 행정비효율과 출장 예산 낭비 등 문제는 세종시가 당면한 딜레마였다. 이에 대한 해법 도출은 까다로울 게 없었다. 세종시에 국회분원을 설치하면 웬만큼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뻔한 길을 앞에 놓아두고 20대 국회는 변변한 논의의 자리조차 가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여야 격랑의 정국 속에서 가까스로 설계비가 확보된 것은 행정수도로 가는 여정의 중요한 출발선에 섰음을 부정할 수 없다. 행정수도는 중앙행정기관들만 모여있는 것으로는 미완이다. 상당한 수준의 입법기능이 세종시에서 대응·작동해줘야 하고 세종의사당은 그에 대한 가시적인 정책적 추진 상징물에 다름 아니다. 특히 산고가 적지 않았던 설계비는 집행하지 않으면 매몰되는 착수금 비슷한 성격을 띤다 할 것이다.

내년 예산에 설계비를 확보한 만큼 이 돈을 적시에 꺼내 쓸 수 있는 여건과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국회법 개정안을 다루는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시간이 도래했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정국이지만 세종의사당 설치에 관한한 나라의 장래와 균형발전을 생각해서라도 법제화로써 뒷받침하는 데 인색해선 안 될 일이다. 20대 국회 임기중에 마침표가 찍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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