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란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애초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앞서갔다는 사실은 의외로 그늘에 가려져 있다. 1982년 서울대학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구미 전자기술연구소는 전화선을 통해 원거리네트워크를 연결했다. 당시 넘사벽의 과학기술력을 가진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설된 인터넷 망이었다.

인터넷 출현 이후 인류사회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변하고 있다. 이제껏 유래 없을 정도로 정보의 가치가 높아졌다. 앨빈 토플러는 이같은 흐름을 감지하고 1991년 저서 `권력이동`을 내놓는다. 그는 본질적인 권력이 자본에서 정보로 바뀌면서 최종적으로는 자식 정보 계층이 권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한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앞선 인터넷 기술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정보 유통이 이뤄진 덕이 크다.

2가지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하나는 유튜버·스트리머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직업 3위로 올라섰다는 소식이다. 재작년만 해도 10위권에 들지도 못했지만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사실상 직업으로써는 1위라고 볼 수 있다. 사회화가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본능에 충실하다. 신체활동과 정보의 수집·전달 욕구가 강하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성장기에 이 2가지 성향이 강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도태돼 유전자를 남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장래희망 1위와 2위에 오른 운동선수와 교사가 줄곧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유다.

또다른 기사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등장으로 전 세계 TV 광고 매출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는 외신이다.

이 둘은 결국 동일한 현상이다. 얼마 전만 해도 TV는 가장 주요한 정보유통 채널이었다. TV 플랫폼의 직업인 연예인, 아이돌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정보유통이 TV에서 인터넷 서비스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면서 스포트라이트는 유튜버로 향하게 됐다.

`인터넷 혁명`이란 말이 있다. 혁명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변화 속도가 급진적이다. 개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감이 아니다. 미래사회를 예측하고 적절한 산업을 육성해 경제시스템에서 소외되는 이를 줄이는 건 정보화사회 국가의 또다른 책무다.

이용민 지방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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