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향토기업 상품 이용하자 ⑮ 인아트

인아트 원목주방. 사진=인아트 제공
인아트 원목주방. 사진=인아트 제공
아파트 주거문화가 주를 이루면서 대부분 모습을 감춘 대청은 한옥의 가운데 있는 넓은 마루를 뜻한다. 통풍이 가능하며, 외벽의 일부가 개방돼 있거나 개폐가 쉬운 공간이다. 대청에 앉으면 뒷산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 현대식 생활문화에서는 멀게만 느껴지는 자연을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 속으로 들여놓고자 `대청`의 역할을 자청하는 기업이 대전에 있다. 대전에 뿌리를 내린 1996년 친환경 원목가구 판매에서부터 이제는 인테리어와 건축 등 생활공간의 모든 요소가 하나로 연결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향토기업 인아트(INART)다.

◇인간-자연의 소통창구=인아트는 건강을 핵심가치로, 생활공간에 들어가는 모든 가구에 자연소재를 사용했다. 24년 전 인아트 가구로 출발하며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원목가구를 소개했다. 나무를 단순히 가구를 만드는 재료로 보지 않았다. 사람, 주거공간과 한몸을 이뤄 함께 숨을 쉬는 존재로 생각했다. 아름다운 집이 아닌 건강한 집 구성을 목표로, 모든 가구에 친환경 원목을 사용했다.

과거 교실 나무 바닥에 들기름을 먹여 더 견고하고 오래가도록 만들었던 것에 착안해 제작과정에도 친환경적 요소를 더했다. 한국 전통의 옻칠기법과 유사한 천연염색 방법을 활용, 나무가 가진 나이테·옹이 등 고유의 결을 살리고자 했다. 이 방법은 나무의 숨구멍을 트이게 만들어 습할 때 습기를 머금고, 건조할 땐 습기를 내뿜으며 주변 주거·사무 공간과 호흡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인아트가 만들어낸 가구들은 일반적으로 페인트를 원목 뿌리는 공정에 비해 일손이 많이 필요했지만, 다른 화학적 제품을 사용한 가구들과는 달리 오래 쓸수록 짙어지는 나무 고유의 결을 통해 정감을 느끼게 했다. 유리, 쇠와 달리 양의 성질을 가진 나무 덕분에 겨울엔 따뜻함, 여름엔 시원함을 생활공간에 더했다.

인아트는 이 철학을 가구 뿐 아니라 실내장식, 건축 등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확장시켰다. 생활요소의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통합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주)인아트 건축, 인아트 실내건 축 부문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원목 및 인테리어 자재와 가정·상업용 가구는 물론 주방과 사무공간, 주문제작 가구 및 건설사와 함께 하는 건가구 제조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쉽고 빠르게 통합형 생활공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차별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값비싼 원목가구`는 편견=인아트는 값싼 합판, 플라스틱 수지 등 화학제품이 아닌 원목을 사용하면서도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가구기업이 유통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반면 디자인·제조·판매·유통·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SPA 브랜드(디자인부터 유통까지 상품을 직접 제조해 유통까지 하는 전문 소매점)로서 정체성을 가진다. 대량생산 방식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추고, 유통 단계를 축소시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인아트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에 각각 공장을 두고 전략적인 생산방식을 택했다. 먼저 30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국내 공장에서 고객들로부터 주문제작을 받아 전국 80여 개 직영, 대리점에서 시범 판매를 진행한다. 반응이 좋으면 제작도면을 말레이시아로 보내 100-200기의 가구를 대량생산, 안정적 가격으로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게끔 만든다. 견본판매를 통해 시장 요구를 확인하고 이에 맞춘 전략적 판매로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타 업체들처럼 이를 전부 국내에서 주문제작할 경우 기대할 수도 없는 가격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인아트는 이와 함께 고객들에게 가구 제작 체험 기회를 제공, 저렴한 가격에 가구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인아트의 `PIY(Play it yourself)`는 단순히 부품을 조립하는 수동적 인 `DIY(Do it yourself)` 대신, 가구를 조립하면서 동시에 놀이가 되는 한 단계 발전된 DIY를 의미한다. 고객들이 발품을 팔며 완성된 가구를 살 필요 없이, 직접 구상한 도면을 바탕으로 원하는 가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논산에 위치한 인아트 PIY 센터에서는 고객들로부터 접수받은 도면에 맞는 원목을 잘라준다. 고객들은 이 원목에 직접 대패질을 하고 색을 입히며 자신이 구상한 가구를 실현해낸다. 직접 사는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의자처럼 아주 작은 가구까지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공간 기부=인아트는 인아트만의 방식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낸다. `가구 나눔 PIY 행사`를 통해 예산 부족으로 버려지고 낡은 가구들을 수리하거나 갖다 쓸 수밖에 없는 지역아동센터에 가구를 만들어 기부한다. 직원들이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각 센터에서 필요한 책상·의자·책꽂이 등 가구를 파악하고, 공간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어낸다. 가구를 활용한 인테리어부터 공간의 재배치까지 담당하는 것이다. 인아트 직원들이 배송 중에 흠집이 생기거나 반품된 제품들을 보완, 수리해 기부에 활용하기도 한다. 연 매출에 0.5-0.6%에 달하는 2억 원 정도가 가구 기부에 쓰인다. 이미 논산과 계룡, 대전 서구, 유성구 내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기부활동이 진행됐으며, 앞으로 대전 나머지 자치구, 충남, 충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다문화가정에 대한 가구제작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부모, 자녀들과 재능기부 자원봉사자들이 어울려, 마음에 드는 의자·테이블 등을 직접 골라 색을 칠하고 조립하게 한다. 이렇게 전달된 인아트의 친환경 원목가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긍정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 엄태헌 인아트 대표 인터뷰

"사람 위한 친환경 공간 조성 노력"

엄태헌<사진> 인아트(INART) 대표의 가구 제작 철학은 `사람`과 맞닿아 있다.

그는 `환경`, `자연`, `건강`이라는 단어들을 거듭 입에 올리며, 모든 사업 운영의 밑바탕에 사람이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엄 대표가 처음부터 사람을 위한 가구 제작에 나선 것은 아니다. 창업 초기에는 외국에서 유명한 가구들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데만 집중했다.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직접 가구 제작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돌파구로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한몸을 이룰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의 주거방식에 적합한 가구의 형태를 고민하며, 입식 문화에 기반한 외국 가구의 한국화에 도전했다. 한국 사람들의 생활 공간을 고려해 가구를 만들어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엄 대표는 "유럽과 미국의 가구 스타일은 1990년 대 후반부터 시작된 한국식 아파트 문화에 맞지 않았다"며 "한국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어울리는 가구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위해선 친환경 소재가 필요했다. 엄 대표의 생각에 건축자재부터 실내 벽지까지 수많은 화학제품들이 들어가는 주거공간이 아토피 등 피부병과 사람들이 겪는 많은 질병의 주범이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그는 친환경 원목을 고집했으며, 이제는 가구를 넘어 실내 인테리어, 건축자재까지 친환경의 색을 입히고자 심혈을 기울인다.

엄 대표의 `사람을 위한` 철학은 그와 인아트의 목표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엄 대표와 인아트는 앞으로도 지역을 넘어 전국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에 친환경 가구와 자재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든 주거·사무공간에 자연소재 기반의 제품들을 공급하기 위한 절차들을 밟아나가고 있다. 특히 유치원·유아원에 들어가는 교구들이 전부 원목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책상과 책꽂이 등을 등록하고 있다.

그는 고객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원하는 친환경 원목 가구·인테리어·내 집 설계를 이룰 수 있도록 도울 목공소의 부활이라는 원대한 꿈도 가지고 있었다.

엄태헌 대표는 앞으로도 사람을 위한 친환경 공간 조성을 위해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엄 대표는 "주거공간에서 실내장식·가구·자재들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아트가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 모든 공간에 친환경 가구 자재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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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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