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영웅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몇 해 전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가 큰 호응을 받으며 한류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머나먼 별에서 온 늙지 않는 멋진 청년의 모습을 한 주인공과 예쁜 여배우의 사랑을 다룬 내용이었다. 배우도 별(스타)의 뜻이 있어 `별그대`로 축약된 드라마의 제목과 잘 맞아떨어지고, 내용도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에 큰 호응을 받았다. 여기서 필자가 전달하고 싶은 얘기는 드라마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실은 우리 모두 별에서 왔다는 것이다.

태양과 같은 별이 탄생할 때 잔재물로 남아있던 가스와 크고 작은 암석들이 서로 뭉쳐 행성들이 됐다는 것은 정설이다. 잔재물 중에서 가스의 양이 많으면 뭉쳐 목성형 행성이 됐고, 암석들이 많을 경우 지구형 행성이 된 것이다. 이 먼지와 암석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주가 138억 년 전 빅뱅으로 탄생해 최초로 생긴 원소들은 수소와 헬륨, 그리고 약간의 베릴륨이었다. 이들은 모두 가스였고 먼지는 전혀 없었다. 우주탄생 이후 2억여 년이 지난 뒤에 질량이 큰 별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작은 별들에 비해 핵융합에너지를 훨씬 많이 만들고 빨리 소진하기 때문에 수명이 수백만 년 정도로 매우 짧았다. 큰 별들의 중심 핵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의 결과로 각종 원소들이 만들어졌고, 초신성으로 폭발하며 별의 일생을 마치면서 성간가스에 섞어놓는 과정이 태양계가 탄생하기 이전에 수 천 번이나 반복됐다. 성간가스에 섞인 이들 원소들이 뭉치면서 먼지와 암석들로 만들어진 것이다.

우주전체를 원소의 질량비로 따져보면 수소(74%), 헬륨(24%), 나머지 모든 원소는 2% 이하(산소, 탄소, 네온, 철, 규소, 마그네슘, 황 등의 순서)이다. 그러나 행성지구를 구성하는 원소들 중에서는 철(32%), 산소(30%), 규소(15%), 마그네슘(14%) 등이 압도적으로 많고 반대로 수소의 양은 매우 적다.

인체를 구성하는 6대 원소는 산소(65%), 탄소(18.5%), 수소(9.5%), 질소(3.2%), 칼슘(1.5%), 인(1%) 등으로 우주나 지구의 성분비율과는 완전히 다르다. 성간에 섞여있던 2% 이내의 원소들이 뭉쳐서 행성을 이루고, 그 위에서 생명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는 참으로 기적적인 비율로 이루어진 존재이다. 큰 별들이 생을 마치며 초신성으로 장렬하게 죽으며 먼지들을 아낌없이 흩뿌려 놓지 않았더라면 살아있는 모든 것, 무생물을 포함한 모든 행성들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밤하늘의 저 별들이 우리의 고향이고 우리들은 그야말로 `메이드 인 스타`인 것이다.

우리의 몸은 별먼지에서 온 여러 원소로 이뤄졌고 티끌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스스로 폄하할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가 탐욕스럽고 배려와 사랑이 말라버린 삶을 산다면 그렇게 폄하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의 몸 자체가 우주와 맞먹는 오묘하고 기적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면 좋겠다. 큰 별의 중심핵에서 만들어진 별먼지들이 장구한 시간을 거쳐 살아있고 생각하는 존재가 된 것을 두고 아인슈타인은 "인간이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불가사의하다"고 말했다. 별먼지로 만들어진 인간이 글도 쓰고, 생각하고, 사랑을 나누며 또한 거대한 우주의 원리를 알아간다니 말이다.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들을 여러 번 실천하면 자존감이 생기듯이, 우리는 자신만의 역사를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고 또 그렇게 선택할 수 있다. 생각하고 실천하는 별먼지로 말이다. 우주를 좀 더 깊이 알게 되면, 하찮은 일에 쉽게 마음 상하지 않고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며 즐겁게 살 충분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우주를 넓게 보며 그러한 마음을 유지한다면 우리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도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우리들 자신 모두가 `별에서 온 그대`이며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영웅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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