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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에 숨은 숲이 있다

2019-12-10기사 편집 2019-12-10 0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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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도기래 대전서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
학교는 지식을 공유하고 민주적 자율성을 기르며 스스로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학습 공간이다. 학습 효과는 쾌적한 환경과 많은 유의미성이 있다. 학교 숲은 나무와 초화(草花)가 공생하며 자연의 명령에 따른 조화로 생을 이어간다. 교정의 나무는 기능적 고유성으로 선택되고 대부분 잎이나 열매, 꽃, 단풍 등 유별한 조경미로 위안을 준다. 나무는 수종마다 특성과 존재적 가치를 고려해 적재적소에 식재되고 평가된다. 교육적 공간인 교정에서는 공익적 기능이 많을수록 좋다.

도심의 대로변에 위치한 학교는 잎이 조밀하고 가지가 촘촘한 나무가 소음과 미세먼지, 유해가스 같은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나무다. 다소 도심을 벗어난 여유로운 곳에는 소교목이나 작달막한 관목도 잘 어울린다. 교정에서 수목은 공간의 면적과 건물의 형태나 크기, 학생들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속성수, 녹음수, 조형수 등을 선별하는 것이 우선이다. 시선이 집중되거나 다수가 통행하는 교차점엔 포인트 식재로 학교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쉼터에는 광엽의 녹음수로, 대기와 소음이 심한 곳은 공해물질이 잎에 흡착되거나 잘 견디는 종이 좋다. 다만 가시나무류와 악취수, 피부염수류는 요주의 수종이다.

학교의 교정은 작은 공간이지만 울타리를 따라 기능성과 심미성, 지역 특색을 감안해 작은 숲으로 조성해야 하고, 아름답고 쾌적한 학습 환경으로 조성돼야 한다. 숲이 주는 이로움은 공해의 저감(低減)은 물론 하절기엔 그늘 쉼터를 주고, 증산활동으로 청량감을 준다. 또 자연에서 존재하는 여러 색 중 식물이 선택한 녹색피부는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을 준다. 때에 걸 맞는 봄바람에 새싹이 부풀고 자라면서 올곧은 자태로 정해진 한 곳에서 자라면서 생명을 다할 때까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삶을 이어간다. 나무는 한 그루마다 산소 공장이며 이들이 지구 적도를 중심으로 둘레 벨트로 이어가며 커다란 녹색 허파가 된다. 교정마다 울타리에서 인내하며 살아가는 나무에게는 배울 것이 많다.

과거에는 은행, 버즘나무가 주목을 받았으나 느티, 벚나무로 최근에는 소나무를 비롯한 이팝, 회화, 메타세콰이어 등 수종이 다양화되고 있다. 수종마다 단풍색, 수피, 크기, 성장속도, 녹음정도나 환경 적응성이 다르기에 애초부터 전문적인 설계와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가을 단풍은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야 하고 대기 습도가 높아야 제대로 된 화색으로 물든다. 건조하면 잎 끝부터 둥글게 말려 보기에도 흉해진다. 나무가 잎을 떨구는 가을은 한해를 마무리하고 또 다음 삶을 위해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해 가는 시간이다. 겨울은 나무들에게 생명이 멈춘 시기가 아니라 더 큰 꿈을 실현하는 준비이자 휴식인 셈이다.

21세기 후반부에 접어 들면서 급격한 기온의 상승은 생태계를 위협하며 교란하고 있다. 유해가스와 오존층 등의 문제는 빙하를 녹이고, 식물의 기작(機作) 변화를 촉발하며 역습(逆襲)하고 있다. '수십 년 후에는 한반도에서 소나무를 볼 수 없다'는 비보(悲報)는 더 이상 상상되지 않는다. 자연의 적은 오직 인간일 뿐이다.

나무는 목재로, 연료로, 조경수로, 과일로 이로움을 줬고, 썩거나 재가 돼서까지 다른 동식물에게 나누어 준다. 살기 어려웠던 과거에는 사람들이 자연과 자원에 의존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부터는 그간 자연의 베풂에 상생의 지혜로 보답할 차례다. 학교 숲엔 작지만 비밀스런 이야기가 많고, 미래가 있고, 꿈이 담겨 있어 있을 건 다 있는 작은 공간이다. 학교마다 작은 숲들이 교정을 에워 감싸며 장승처럼 학생들의 학습장을 품고 있다. 학교엔 작은 숲이 있고 그 숲은 학교와 지역의 랜드마크(land-mark)로 꾸며져야 한다. 지금 교정은 숲의 그림자가 길어지며 깊어가는 겨울을 알고 있다. 도기래 대전서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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