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 독주체제에 중진들 견제론 등 작용한 듯

9일 치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수도권 5선 중진인 심재철 의원이 선출된 것과 관련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일고 있다. 일단 그는 특정 계파와는 거리를 유지해 온 비주류로 그동안 당내 뚜렷한 지원세력이 없었음에도 1차 투표와 결선 투표 내내 1위를 기록하며 원내사령탑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그의 승리 요인에 대해 당내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기존 나경원 체제의 원내지도부의 전략 부재 및 대여 전투력 부족, 황교안 대표의 독주에 대한 반감 등이 복합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황교안 대표의 `친황(친황교안) 체제` 구축에 대한 중진들의 반발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최근 당의 쇄신을 꾀한다며 당직자들을 일괄 사퇴시킨 뒤 초·재선 그룹을 중용하는 등 진용을 새롭게 구축한데 이어 나경원 대표의 `불신임`을 주도하며 `친황 체제` 구축을 가속화해왔다.

황 대표의 이런 행보는 내년 총선을 불과 4개월여를 앞두고 공천 물갈이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낳으면서 중진들의 설자리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켰고, 이는 고스란히 원내대표를 선택하는 표심에 담겼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황 대표의 독주체제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심 의원을 원내대표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심 의원은 한국당에서는 드물게 호남·운동권 출신으로 수도권인 경기 안양(동안을)에서 내리 5선을 기록했다. 특정 계파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20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을 지내는 등 중량감도 있는 만큼 황 대표를 견제한 최적의 카드란 것이다.

심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선거 직전 정견발표에서 "이번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황심(黃心)이 언급됐지만, 저는 황심이란 없고, 황심은 절대 중립이라고 확신한다"며 "황심을 거론하며 표를 구하는 것은 당을 망치는 행동"이라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심 의원이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 김재원 의원을 낙점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영남권 3선의 김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면서도 뛰어난 협상가이자 전략가로 꼽히기도 하는 인물이다. 비주류인 심 의원의 당내 지지세력 확대와 지역적 약점을 동시에 보완하는데 손색 없는 카드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는 황 대표에게 대여 투쟁 전략을 조언하는 역할도 하는 등 `친황(친황교안)계`로 꼽히는 만큼 향후 당 대표와 원내대표간 역학관계에도 일정한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김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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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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