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봉산 보존 껴안기 행사, 한쪽에선 출입금지 철조망 등장

지난 7일 일봉산에서 열린 `일봉산 껴안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SOS 일봉산` 등의 손팻말을 들고 일봉산 보존을 외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지난 7일 일봉산에서 열린 `일봉산 껴안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SOS 일봉산` 등의 손팻말을 들고 일봉산 보존을 외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개발과 보존 요구가 충돌하며 일봉산이 신음하고 있다. 등산로에 흉물스런 철조망이 등장하는가 하면 십수 년간 도시공원 일몰제 현안을 방치해 민민 갈등을 야기한 천안시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천안시 다가동 신성아파트 부근 일봉산 등산로 초입은 현수막이 즐비했다. 일봉산 산자락을 허물어 2300여 세대 고층 아파트를 짓는 일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하 민간사업)의 기대효과를 홍보하는 현수막과 이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혼재 됐다. 이곳 뿐만이 아니다. 민간사업을 둘러싸고 찬·반측이 내건 현수막들로 일봉산 등산로 곳곳이 도배됐다. 상반된 목소리는 행동으로도 표출됐다.

7일 낮 12시 45분쯤 일봉산 배드민턴장 주변 등산로에서는 성인과 청소년 등 300여 명이 `SOS 일봉산`, `참여하자 주민투표` 등의 손팻말을 들고 한 줄로 서 일봉산 보존과 민간사업 백지화를 외쳤다. 일봉산지키기시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시민공원 선포와 일봉산 껴안기 행사`였다. 세 살, 여덟 살 손녀와 이날 행사에 참여한 최영숙(62)씨는 "일봉산 앞 아파트에 20년 넘게 살고 있다"며 "매일 새벽 운동코스로 이용하는 일봉산이 손녀들에게도 보존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쪽에선 전혀 다른 풍경이 목격됐다. 용곡중 방면 일봉산 등산로에는 군사기지에서나 볼 법한 윤형 철조망이 최근 여러 곳 등장했다. 철조망에는 일봉공원 토지주협의회 일동 명의로 `출입금지` 현수막이 내걸렸다. 일봉산 민간사업 중단운동에 맞서 토지주들이 보상을 촉구하며 사유지 진출입을 폐쇄한 것이다.

토지주와 개발찬성 주민 등으로 구성된 일봉공원조성사업추진위원회의 관계자는 "일봉산이 아름드리 고목이 많은 산도 아니고 공원기반시설이나 산책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며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도 민간사업으로 체계적 공원화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천안시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일봉산 개발과 보존의 갈등이 지난해부터 증폭됐지만 시 산림휴양과는 지난달 시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2018년 일봉산 민간사업 반대 민원 9건을 모두 `해결`로 명시했다. 일봉산 민간사업을 담당하는 천안시 민간공원팀장은 2018년 7월부터 이달까지 1년 반 사이 무려 세 번이나 바뀌었다.

천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김우수 사무국장은 "도시공원 일몰제 준비에 20년이란 시간이 있었음에도 천안시가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 비전 없이 주먹구구식 정책을 폈다"며 "이제라도 시민사회와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공원 일몰제는 20년간 목적대로 개발되지 않은 도시공원을 2020년 7월 1일부터 자동 해제하는 제도로 지난 2000년 도입됐다. 천안시는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책으로 일봉, 노태, 청룡, 백석 5개 근린공원의 민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윤평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일봉산 민간특례사업 갈등으로 등산로에 등장한 철조망의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일봉산 민간특례사업 갈등으로 등산로에 등장한 철조망의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