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천안시가 대학에 위탁해 운영한 초중고생 영어 캠프가 대학의 돈벌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8일 천안시에 따르면 원어민 강사 영어 수업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여름 영어 캠프가 천안의 A대학에서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0일까지 2주간 진행됐다. 캠프에는 지역 초·중학생 250명이 합숙하며 참여했다. A대학이 시로부터 위탁운영하는 영어캠프는 천안시와 대학이 각각 1억 3000여만 원씩, 총 2억 6000여만 원을 투입했다. 참가자 250명도 개별적으로 20만 원씩 자부담했다.

천안시의회 복지문화위원회 권오중 의원은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확인 결과 A대학이 부담한 예산 1억 3000여만 원은 모두 강의실과 생활관 사용료 등 대학의 현물 대응 투자로 충당됐다고 밝혔다. 대학의 지출 내역을 보면 참가자들이 2주간 사용한 대학 강의실(3600만 원)과 생활관 사용료(6780여만 원), 빔프로젝터 560만 원과 전자 교탁 200만 원 등의 사용료가 책정됐다. 무선마이크 224만 원, 농구장 사용료 192만 원, 운동장 사용료 240만 원 등도 대학의 현물 대응투자에 포함됐다.

권 의원은 "천안예술의전당은 무선마이크 사용료가 1만 원에 불과하다"며 "지역대학을 표방하는 대학에서 학생들한테 운동장 사용료에 강당 사용료까지 수백만 원씩 받는 것은 과도한 끼워 맞추기식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현물 투자에 따른 정당한 가격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며 "원활한 영어 캠프를 위해 내년부터 공고를 거쳐 위탁사업자를 다시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대학 관계자는 "영어 캠프 운영부서와 부서장이 교체됐다. 일부 과도하게 책정된 부분은 새로운 부서장을 중심으로 바로 잡을 예정"이라며 "하지만 여름철 냉방비와 겨울철 난방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현물 대응 투자 금액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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