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쯤 요양병원에서 불이 난 사실을 최초로 신고한 건 사람이 아니라 병원 건물 천장에 설치된 자동화재속보기가 대전 119 상황실에 알렸다. 화재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119에 신고할 수 있게 설비된 이 기기는 미리 녹음된 멘트가 119 상황실에 반복 전달됨과 동시에 신고 접수 시스템에도 화재 발생 주소가 자동으로 고지되도록 한 시스템이다. 이날 화재도 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돼 소방관과 장비가 긴급 출동해 10분 만에 불을 끈 것이다. 화재 골든타임이 5분에서 10분인 점을 감안하면 인명피해 없이 초동진화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병원에는 의료진과 환자 100여 명이 있었지만 다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물론 이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오작동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 9월 경기 김포 요양병원 화재 땐 화재속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2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오작동으로 잘못 출동한 경우도 많아 소방력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설비는 소방시설 법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을 비롯해 일정 규모의 수련시설, 문화재, 판매시설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다. 자동화재속보기가 불이 난 사실을 알고 신고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소방당국이 초동조치를 빨리 할 수 있게 돕는다면 이를 확대 설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정 규모 이상 건물만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건 현실과 동떨어진다. 화재 대비 신속 대응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설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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