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2019년 한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은 정말 빨리도 지나간다. 12월이 되면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한 해를 정리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마음은 이루지 못한 올 초의 계획으로 아쉬움이 많을 테고 몸은 겨울의 추위를 온몸으로 마주하기 위해 옷과 모자, 장갑 등 겨울 용품을 준비하기 바쁘며 차량용 겨울 용품준비를 위해 유리세정액, 눈길 전용 타이어 또는 체인을 준비한다. 겨울을 안전하고 따뜻하게 잘 보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하고 자연을 맞이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자연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옛 과거에는 동굴이나 움막에서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물론 지금은 건축물 안에서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함께하고 있다. 그렇다면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살짝 짚어보자.

추운 겨울(여름도 같음)을 보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건축물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패시브(Passive)하우스와 태양열 흡수용 집열판, 지열 등을 이용하여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들여 이 자체로 유지하는 액티브(Aactive)하우스로 구분할 수 있다

건축물을 계획할 때는 향(向)과 수목, 물 등 자연환경(기후조건)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향을 기본으로 배치하면 태양의 일사량에 따라 냉, 난방조정이 용이하며 수목은 침엽수와 활엽수 종류에 따라 여름, 겨울의 일사량이 달라진다. 또한 물은 여름에 시원한 바람으로 주변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패시브 하우스의 경우 이러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함으로써 냉, 난방 유지에 탁월한

성능을 보일 수 있다. 이는 쾌적한 주거환경(패시브 하우스의 궁극의 목표)에 꼭 필요로 하는 기본 요소이지만 정작 우리는 고밀화된 주변 환경 및 공사비 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패시브를 지향하는 저에너지(Low-e) 건축물에 방점을 두어 재료별로(단열재, 창과 문의 재료, 유리) 열손실 방지를 위한 단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2020년은 국내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가 시작되는 원년이라 한다. 지금까지는 단위 건축물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 정책을 추진했다면 앞으로는 지구단위 및 도시단위 규모로 확대 적용해 제로에너지를 보급할 예정이다. 이는 우리의 도시화 및 밀집화에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건물 안에서 여름에는 긴 소매 옷을 입고 겨울에는 짧은 소매 옷 차림으로 지내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이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에너지의 과소비로 보여진다. 그리고 우리나라 총 에너지 소비량의 20% 정도가 주거 목적의 건축물이 차지하는데 건축물의 특성상 난방과 급탕 온수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다. 전기에너지보다 열에너지 사용의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열에너지 생산이 미흡하다.

최근 많은 이들이 정부정책을 틈타 태양광 설치만이 부족한 에너지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태양광 에너지는 일정부분 필요한 전기 부하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급탕, 취사 등에는 아직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최근 공동주택에 가스 취사 대신 전기인덕션을 사용하는 세대가 늘고 있지만 자체 전기 생산설비 시설은 많이 부족하다보니 외부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이며 이는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연결된다.(공동주택이나 고층 건축물의 경우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BIPV)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난방 방식과 에너지원을 바라보며 우리의 옛것을 잠시 돌아보게 되었다. 전통방식의 주택 난방 형태를 잠시 살펴보면 부엌 아궁이에 장작으로 불을 지피면 구들장을 통해 굴뚝으로 연기가 배출되는 단순한 경로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고 방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복사난방 할 수 있도록 천정의 높이를 낮게 하였으며 창과 문에는 한지를 사용하여 외기의 흐름을 유연하게 방어하여 실내온도를 유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현대 건축의 눈으로 보면 냉, 난방에 따른 손실이 많다고 볼 수 있지만 참으로 과학적 방식이었다 할 수 있다.(우리는 당연시 한 고래 난방 방식을 해외에서는 현대 건축에 접목하여 특허로 개발했다하니 씁쓸하다)

모든 에너지의 소비량이 늘어나는 겨울철. 나에게 쏟아 붓는 에너지도 조금은 아껴두어야 하는 것처럼 올 겨울 난방을 위한 에너지도 우리 모두가 조금씩 남겨두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