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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타인의 슬픔

2019-12-04기사 편집 2019-12-04 08: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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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증발하면 비가 되지만 슬픔이 증발하면 무엇이 될까?

스쿨존에서 달리던 차량에 치여 지난 9월 아홉살 초등학교 2학년 민식이가 숨졌다. 5월에는 축구클럽 승합차가 과속에 신호를 위반하며 사고를 내 차량에 탑승했던 초등생 유찬이와 태호가 사망했다. 네 살 하준이는 2017년 10월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을 찾았다가 제대로 제동장치를 하지 않은 차에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2016년 4월 어린이집에서 하원 차량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던 다섯 살 해인이는 경사로에 기어를 제대로 하지 않은 SUV차량이 뒤로 밀리며 치여 세상을 떠났다. 같은 해 4월 일곱 살 한음이는 특수학교 통학버스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36분 가량 방치됐다가 뒤늦게 발견, 68일간 투병하다 사망했다.

태안화력발전소의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한 스물 네 살 청년 김용균은 지난해 12월 10일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장비에 끼여 숨졌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이 탑승했던 세월호의 생존자는 172명 뿐이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이자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라고 썼다. 그에 따르면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는 지겹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다. 그러니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슬픔에 대한 공부"이다.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모른다. 슬픔을 모르기에, 살아있는 우리는 슬픔 앞에 겸손해야 한다. 의사당 안에서도, 의사당 밖에서도. 슬픔의 존엄을 인정 못할 때 우리는, 나와 당신은 무심결에 '기계'가 되고만다. 피부로 거죽만 치장한 기계.

김인환 문학평론가는 "생명을 죽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남을 다치게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길도 인간에게는 주어져 있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나와 남의 다친 영혼을 달래는 길뿐"이라고 설파했다. 지금 누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가?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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