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에도 낮은 경제성장률에 저물가 흐름이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올 3분기 실질 경제성장률(GDP)은 전분기 대비 0.4%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3분기에 0%대 저성장에 그치는 바람에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올 해 성장률 2% 달성도 불투명하게 됐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남아있는 4분기에 1% 가까이 성장을 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지난달 29일 한은이 올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로 하향조정했을 때만해도 내심 기대를 걸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불과 나흘 만에 기대가 불가능으로 바뀌었다. 정부의 2%대 성장 목표에 맞춘 무리한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한은 말고 국내외 기관에서는 이미 올해 2% 성장이 물 건너간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해외 주요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기관 등 외국 기관은 물론이고 한국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등 국내 기관들도 일찌감치 올 성장률을 1%대 후반인 1.9%-1.8%로 전망한 상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2%대에 그치고 있다며 `한국경제가 50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는 보도를 했다. 2% 성장도 역대 최악인데 1%대 추락은 누가 봐도 위기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한은이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2%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저성장과 함께 저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소비, 수출, 투자 등 국내의 모든 경제활동을 반영한 포괄 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가 3분기에도 전년 동기대비 1.6%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결국 저성장에 저물가 기조가 심화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당국은 2% 성장에 급급할 게 아니라 디플레 위기부터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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