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 시인
손미 시인
결혼식 초청 문자를 받았다. 누가 또 결혼을 하나 싶어 청첩장인 듯한 링크를 클릭했다. 링크를 클릭하자 프로그램을 깔라는 안내가 나왔고, 나는 그것이 청첩장 이미지를 보기 위한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 없이 눌렀던 링크 하나가 일주일 뒤 나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일주일 뒤 토요일 저녁, 지인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카톡이 왔다. 누구세요? 저에게 이런 문자를 보내셨는데요. 라며 그쪽에서 캡처해서 보내온 화면은 일주일 전 내게 도착한 문구와 똑같은 결혼 초청 문자였다. 발신자는 내 번호였고, 같은 내용의 문자에 링크가 걸려있었다. 그 뒤로 "문자를 클릭해도 청첩장이 안 보인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냐"는 등의 문자와 전화가 이어졌다. "꼭 참석해주세요"로 끝나던 그 문자에 "싫은데요"라고 답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풀어져 있던 마음에 긴장이 돌았다.

시끄러운 술집을 나와 길가에서 신고 전화를 했다. 그러나 분주한 거리와 음악소리로 인해 더 정신이 없었다. 여기저기 전화를 했을 때, 들려오는 답변은 해결방안이 아닌 진즉에 했어야 했을 예방법이었다. 이곳저곳에 전화를 걸어 손길을 내미는 나의 다급한 목소리에 대응방법을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라는 차분한 목소리의 응대만 있을 뿐이었다. 안내 받은 것은 지금부터 내 문자를 다른 사람이 쓸 수 없도록 제약을 거는 문자도용 금지라던가 더 이상 휴대폰에 원치 않는 프로그램을 깔지 않게 해주는 프로그램 등이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방법들을 안내받았지만 범죄자를 잡는 방법이나 발송된 문자에 대한 해결방법은 없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못 찾는 이상한 범죄였다. 상담원과 긴급한 통화 외에는 해결이 되지 않는 토요일 밤을 범죄 시간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나는 혀를 찼다. 이거 완전 천잰데?

그제야 나는 스미싱이라는 말을 찾았다. 보이스피싱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피해를 보게 될 줄이야. 그 밤, 누구도 나를 스미싱으로부터 구원하지 못했다. 내 번호로 문자를 받은 불특정 다수는 밤이고 아침이고 내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나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붉은 글씨로 해킹이라고 적어놓았다. 2주 가량 지났지만 지금도 누구냐는 전화를 가끔 받는다. 나의 전화번호는 범죄의 가해번호가 되어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도착했고, 어쩌면 나와 같이 문자를 클릭했던 사람의 번호로 또 다시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가 전송되고 있을지 모른다.

사건의 전말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왜 하필 결혼 못한 네가 결혼문자로 스미싱을 당했냐며 놀리기도 하고, 그러게 그런 문자는 클릭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나의 행동을 나무라기도 했다.

모두들 범죄자는 잡을 수 없다고 가정해 놓고 조심하지 않은 나에게만 귀책을 따지고 들었다. 도대체 조심한다는 건 어떤 것인가. 계속 방법을 바꾸는 이 지능적이고 보이지 않는 적을 어떻게든 찾아내 엉덩이를 걷어차면 좋으련만. 또 한 번 인생 공부했다.

손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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