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대한민국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무엇일까. 국회미래연구원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사람`이다. 그 다음으로 과학기술에서는 `바이오`가 새롭게 부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13년이 걸리던 인간게놈 분석을 하루만에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고, 이제 바이오경제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바이오 분야는 연구개발(R&D) 성과가 시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전세계는 기술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바이오정책을 수립하고 바이오헬스 육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주도권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전세계 바이오 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3분의 2를 국내기업이 생산하는 등 기술능력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기술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분야 기술력은 미국 대비 78%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질적인 수준을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스라엘과 비교해보면 특허점유율은 우리가 10배가 많지만 바이오 혁신 순위는 10위 이상 뒤쳐지고 있어, 연구개발 결과가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바이오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한 단계 도약할 필요가 있다. 즉 보건·의료중심의 좁은 의미인 바이오헬스(Bio-Health)를 넘어, 바이오를 통해 삶의 질과 풍요로움까지 확보하고 그린, 화이트, 융합 바이오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바이오웰스(Bio-Wealth)` 시대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기적인 연계와 협력이 필요하다. 우선 정책조정 관련의 협력을 위해 정부 부처부터 협력체계를 견고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 바이오정책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범부처 정책조정기능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바이오특별위원회,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헬스케어특별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다. 또 바이오헬스 관련 R&D투자도 14개 부처에서 추진하고 있어 분절적인 정책 운영이 늘 지적된다. 범부처적인 정책조정 메커니즘 강화를 통해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산하 연구기관 및 싱크탱크가 연계돼 기초연구부터 사업화까지 R&D 전 단계를 총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두 번째로 연구개발의 주체인 산·학·연·병의 협력이다. 정부 예산의 지속적인 확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기업 투자의 확대 유인을 위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병원 등의 역할 분담 및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의 혁신신약 이니셔티브(IMI)의 경우 EU집행위원회와 유럽의약품 산업협회가 출자하고, 제약사·벤처 연구소·환자단체·규제기관이 참여해 전염병, 항생제 내성 등 사회적으로 필요한 신약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협력 체계를 구축해 사회문제 해결 및 새로운 혁신 성과를 창출해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올해 처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서 발생했다. 국내 유입 감염병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기후변화, 감염병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전세계적인 협력과 공조를 통해 해결하고, 인간세포지도, 지구 바이오게놈 프로젝트 등 국제적인 컨소시엄에 참여해 과학기술적인 해결책 마련에 기여해나가야 할 것이다.

인류의 미래는 점차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과학기술은 긍정적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위해 혁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이오 기술 혁신을 통해 모두가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각계각층이 열린 마음으로 협력하는 2020년이 되길 기대한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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