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이 법정시한인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해 불발됐다. 이에 문희상 국회의장은 "입법부를 대표해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문을 냈다. 특히 이날 충청권 시민단체 구성 모임측에서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비 반영을 위해 여야가 초당적 협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예산안 불발 사태로 귀결돼 여간 유감스럽지 않다. `설계비 10억`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예산을 시작점으로 행정수도 완성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까닭이다.

세종의사당 설계비의 경우 예결위 심사 단계에서 마침표를 찍지 못한 것이 개운치 않다. 그중 예결소위나 아니면 예결(小)소위(3당간사협의체) 심사를 통해 원안 반영으로 결론을 냈어야 했다. 그렇게 매조지해 놓았으면 지역민들도 한시름 덜 수 있었는데, 오히려 문제를 키워놓은 형국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 바람에 예결위는 상임위 존재이유인 예산안 심사 권한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예결위 권한은 지난달 30일까지였고 밀린 심사를 끝내지 못한 채 파장을 맞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제의 `설계비 10억` 향배가 가늠이 안된다. 대략 삭감, 원안 반영, 증액 등 3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여야의 패트스트랙 대치 정국 속에서 증액까지는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최소 원안 반영이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다. 내년 예산안은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상태이며,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10일까지 어떤 형태로든 국회에서 처리되게 돼 있다. 세종의사당 설계비 운명도 그와 함께 갈린다.

앞으로 여야 원내대표간 협상에서 대승적으로 수렴하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설계비 10억` 만큼은 정부안대로 존중해 살려야 한다. 특히 여야 정쟁에 유탄을 맞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사달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할 일이다. 정파적 유·불리 따위는 성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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