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기침소리를 들으면 후회되는 기억이 떠오른다. 첫 발령 학교에서 결혼으로 특별 휴가를 간 선생님 대신 임시 담임을 맡게 된 때였다. 그 해에 유독 감기가 급속도로 유행했다. 아이들에게 깨끗하게 손을 씻고 손톱을 깨끗이 정리해서 오면 내일 검사하겠다고 종례 시간에 몇 번이나 강조해서 말해 뒀다. 다음 날 한 아이의 손톱이 눈에 띄었다. 한 쪽은 가지런히 정리됐지만 반대쪽은 이빨로 아무렇게나 물어뜯어 삐뚤빼뚤한 손톱. 필자는 아이에게 손톱에 세균이 얼마나 많은데 이빨로 물어뜯었냐며 나무라고 교무실로 오라고 말했다. 교무실 문 앞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던 아이는 필자의 들어오라는 눈짓을 보고서 쭈뼛쭈뼛 들어왔다. 학습과 생활에 관련된 부분들에 대한 일장 연설을 하고 돌려보낸 후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선생님께서 아이가 얼마 전 전학을 왔는데 오른손의 근육 이상으로 손가락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데 너무 연로하셔서 손이 떨려 아이의 손톱을 깎아 주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끔 주인집 아주머니께 부탁을 드리기도 하는데 매번 부탁을 드리기 죄송해 혼자 해결하려다 보니 물어뜯는 방법 이외에는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사정도 모르고 다그치는 나의 말이 얼마나 야속하고 아이를 아프게 했을까.
다음날 나는 교무실 책상 서랍에서 손톱깎이를 꺼내 삐뚤빼뚤한 아이의 손톱을 가지런히 정리해 줬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깎여나가는 손톱을 보며 나도 아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모습, 교무실 문턱을 넘지 못하고 서성이던 아이의 모습은 두고두고 마음속에 미안함으로 남아있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사실 어마어마한 일이다. 아이들의 과거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품고 오는 만남이니 말이다. 고단한 생활 속에서 아이들의 부서지는 혹은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속으로 들어가 어루만져주는 바람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아닐까 한다. 입시와 무한 경쟁의 답답한 상황으로 막혀버린 아이들의 마음에 살며시 들어가 숨길을 만드는 바람은 나의 마음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한다는 것을.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아이들이 수줍게 남긴 쪽지 한 장이 바로 그런 것이리라. 환대는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한다는 뜻이다. 몽골의 유목민들이 나그네들을 늘 열린 마음으로 즐겁게 맞이하는 데에서 `환대`라는 개념이 시작된 것처럼 환대하려면 바람처럼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오늘도 문은 활짝 열려있다. 언제나 두 팔 벌려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로 오늘도 설레는 하루를 시작한다. 김현진 대전송촌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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