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기자
김성준 기자
"왕우렁이는 제초효과가 뛰어나서 국내 친환경 쌀 생산농가 열에 아홉은 왕우렁이 농법을 쓰고 있어요. 농민에게 효자노릇하고 있는 왕우렁이를 황소개구리나 베스와 같은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한다고 하니 황당하죠. 농민들 입장에서는 그저 탁상공론으로 밖에 안 보여요."

홍성군 홍동면에서 왕우렁이 농법으로 5만㎡ 규모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중호 씨는 졸지에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될 위기에 놓인 왕우렁이를 두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당초 오리농법을 이용해 벼농사를 짓다가 조류인플루엔자(AI)가 문제시 되자 2009년 왕우렁이 농법을 도입해 지금까지 제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달 1일 왕우렁이를 포함한 생물 6종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추가 지정하는 `생태계교란 생물 지정고시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뒤 지난달 20일 의견수렴까지 마치자 정말로 왕우렁이가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충남은 지난해 쌀 생산량이 73만 2193톤으로 전국 2위, 재배면적당 쌀 생산량은 전국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벼농사가 활발히 이뤄지는 지역이다. 지난해 충남지역 왕우렁이 농법 사용 농가는 1760여 곳이었으며, 투입된 왕우렁이 물량만 141톤에 달했다.

정부가 환경만 생각하고 농민들은 뒷전이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보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단순히 토착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린 결정이 농민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부가 정책 결정에 앞서 그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히 검토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달 행정 예고 전 농림축산식품부나 농촌진흥청 등 관련 기관과 사전협의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환경부의 다소 일방적 결정은 농민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애꿎은 농식품부만 중간에 끼어 난처한 입장이 됐다. 다행히 농식품부는 최근 왕우렁이 관리방안 관계기관 설명회를 여는 등 대책마련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부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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