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전경. [사진=대전일보DB]
대전역 전경. [사진=대전일보DB]
대전 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대전역에 도착하면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있다. 듣기만 해도 옛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대전블루스’의 멜로디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 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분”으로 첫 구절을 시작하는 이 노래는 대전을 대표하는 노래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그 시절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세대를 지나며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대전블루스에는 잊히기엔 아쉬운 대전역의 옛 모습이 숨어있다.

최치수가 작사하고 김부해가 작곡해 안정애가 부른 ‘대전블루스’는 1959년 발매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서울의 신세기 레코드사 영업 직원으로 있던 최치수는 호남선 열차를 타고 자주 출장을 나가곤 했는데 이때 대전역을 경유하며 영감을 받아 작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사를 받아본 김부해가 세 시간 만에 곡을 붙여 명곡을 탄생시켰다.

대전역 플랫폼에서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고 떠나가는 목포행 완행열차를 보며 슬퍼하는 모습을 그린 가사는 호소력 짙은 가창력과 만나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당시 선로는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아 서울에서 목포를 가려면 대전에서 하차한 후 호남선으로 갈아타야만 했다. 즉 대전역은 호남과 경부선이 갈라지는 이별의 역이었다. 대전블루스는 이런 옛 대전역의 성격이 녹아들어간 곡이라고 볼 수 있다.

가사에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열차시간표를 통해 떠올릴 수 있는 옛날 모습도 있다. 가사에 나오는 대전발 0시 50분 목포행 열차는 전날 서울역에서 오후 8시 45분에 출발해 다음날 0시 40분에 대전역에 도착, 그리고 10분의 간격을 두고 목포로 떠나는 완행열차였다. 대전역에서 호남선으로 환승하려면 10분의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승객들은 이 틈을 타 급하게 허기를 달래곤 했다. 이것이 가락국수가 대전역의 명물이 된 계기가 됐다. 지금도 대전역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락국수 가게는 이때 유래됐다. 지금은 선로가 다양해지고 이동 시간도 짧아져 더 이상 그때처럼 시간을 쪼개어가며 끼니를 때울 필요는 없어졌지만 많은 이들에게 그 시절 대전역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1979년 조용필이 리메이크한 것을 비롯해 다수의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전블루스. 이 곡은 일본에서도 번안곡으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 가사 속 ‘대전’만큼은 한국어 그대로 남겨둔 점이 흥미롭다. 이런 큰 사랑을 증명하듯 대전블루스는 노래비로 제작돼 1999년부터 대전역 앞에서 여객들을 맞아줬지만 2017년 관리 어려움을 이유로 가사처럼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갔다. 대전역의 역사와 추억이 담겨있던 대전 유일의 노래비가 무관심 속에 사라져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질 위기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어딘가 씁쓸한 인상을 남긴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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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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