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 기자
조수연 기자
가을이 지나갔다. 공연 전시의 계절이 지나니 덩달아 대전 곳곳에 넘쳐나던 현수막도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짧게는 하루, 길어도 한달 안팎의 수명을 다하고 쓰레기통으로 버려진 것이다.

얼마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다운타운에 있는 공연장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 딸린 기념품점에 들렀다. 진열대를 죽 둘러보는데, 반질반질하고 알록달록한 필통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25달러(한화 3만 원). 알고보니 기간이 지난 공연 현수막을 활용해 제작한 필통이었다. 기념품점을 나서자 안 그래도 멋진 콘서트홀이 더 멋져보였다.

동시에 한 해에도 수많은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대전이 생각났다.

환경을 생각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선거철이 지나면 현수막을 떼 앞치마와 장바구니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자연스러운 외관으로 "남들 다 생각하는 환경 웬 유난이냐" 같은 잔소리를 듣기 딱 좋았다.

소비자들은 `가성비 쇼핑`을 넘어 한층 성숙하고 있다. 제기능만 다하는 상품을 넘어 `내가 세상에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원한다. 실용성과 디자인, 환경까지 생각한 상품을 만났을 때 지갑을 연다. 관점을 바꿔야 한다. 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이들이 선거 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나 앞치마를 찾지 않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단순히 환경만 생각한 상품은 감성팔이로 치부되기 쉽다. `좋은 일하네`하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소비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동력이 되지는 않는다.

연 매출 500억 원을 초과달성한 스위스의 업사이클링 업체 `프라이탁`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구하기 어려운 트럭 방수천을 재료로 고집하는 탓에 손해 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개성 있는 디자인과 착한 가치관으로 브랜드의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국내 민간업체는 아직 재료를 충분히 조달하기 어렵고, 자본도 부족하다. 초반에는 손실이 있더라도 공공에서 업사이클링 업체를 키우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과 `괜찮은` 상품을 생산해내야 한다. 소비자들도 실제로 그런 상품을 원한다.

손해 보지 않는 장사만 생각하면, 발전은 없다.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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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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