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의학적으로 바이탈사인(활력징후)은 체온, 맥박, 호흡, 및 혈압을 의미한다. 이는 사람의 신체적 상태를 평가하는 지표로 매우 중요하다.

혈압과 맥박은 심장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고, 호흡은 폐의 상태를 알아보는 지표다. 체온은 외부 환경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드는 신체 내 대사의 지표로 이용된다.

심장과 폐가 기능을 하는지 신체의 신진 대사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한 지표(Sign)다.

바이탈사인은 사람이 생사를 넘나들 때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사인이다.

수술실에서 오랜 시간 힘든 수술을 잘 마치고도 회복과정에서 바이탈사인을 놓쳐 제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역사에 따르면 나라와 권력에도 수명이 있다. 끝에 가까워지면 바이탈사인을 확인해야 할 때가 있다. 바이탈사인을 정확히 확인해서 대처하면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릴 수 있지만 이 바이탈사인이 사람과 같지 않아서 무엇이 국가와 권력의 바이탈사인인지 정확하지 않다.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바이탈사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정상으로 되돌리지 못하고 권력이나 국가가 종말을 맞게 된다.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열역학법칙이 있다.

열역학법칙에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 제2법칙은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제1법칙은 에너지의 형태가 바뀌어도 모든 에너지의 총합은 같다는 이론이고 엔트로피의 법칙은 모든 자연현상은 관리하고자 하는 노력에 의해 일정한 규칙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노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또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무질서한 상태로 바뀌게 된다는 이론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안을 상상해 보아도 금세 알 수 있다. 먹고 남은 음식쓰레기를 방치하고 옷을 아무 곳에나 벗어 둔다면 집안의 모습은 단 며칠이라 하더라도 더럽고,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권력에도 엔트로피(Entropy, 에너지 변형)의 법칙이 통용된다. 무질서가 늘어나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이것이 증가하면 불안정이 늘어난다.

엔트로피가 높아지면 작은 충격에도 큰 파문이 일어난다. 가스가 가득 찬 공간에서는 작은 불꽃이라도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것과 같다.

권력의 무질서가 늘어나면 예상하지 않은 엉뚱한 곳에서 불꽃이 일어날 수 있다. 권력과 국가는 바로 갈수록 쌓이는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려는 노력과 실천을 해야 한다.

권력의 종말은 전쟁이나 엔트로피의 폭발처럼 의외의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정권말기 지도자의 권력이 약해지면서 정권이 흔들리는 것을 레임덕이라고 한다.

이 시기는 엔트로피의 증가(무질서의 증가)로 표현할 수 있다. 대통령의 권력이 감소하면서 엔트로피가 증가해 무질서로 향하고 있다는 말이다.

권력이 더 심한 흔들림 상태가 되면 반드시 바이탈사인을 확인해야만 한다. 응급상황에 빠지기 전에 정상으로 돌려야 하는 것은 사람이나 권력이나 모두 동일하다.

권력의 바이탈사인이 무엇인지 필자는 잘 모른다. 아마도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거나 권력을 원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몇 달간 대한민국을 무질서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엔트로피가 증가한 상태로 보인다.

북한은 계속해서 발사체 시험을 하고 있고, 미국과의 동맹이나 일본과의 동맹도 흔들리고 있다는 여러 징후가 보도되고 있다.

나라의 바이탈사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이런 상황이 국가, 나라의 운명과 연결되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이다.

내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나와 내 부모, 자손이 살고 있고, 또 살아가야 할 우리나라는 바이탈사인이 확실히 안정된 편안한 나라로 유지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오한진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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